늦어지는 최저임금 협상…원인은 정치권

입력 2016-06-28 17:59
현장에서

4·13 총선때 대폭 인상 주문
노동계, 국회 믿고 지연·압박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 백승현 기자 ]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협상’이 또 법정시한을 넘겼다. 차기연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은 매년 3월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최저임금위원회가 90일(6월28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돼 있다. 법정시한 내 결정된 적은 2014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지만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여느 해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첫 요구안을 내놓은 때는 법정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제6차 전원회의)이다. 노동계는 시급 1만원, 경영계는 동결(6030원)을 제시했다. 양측의 격차(3970원)가 크지만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문제는 법정시한 하루 전에 노사 양측의 첫 요구안이 나올 정도로 늦어진 심의 진행 속도다. 지난해에는 노사 양측이 5차 전원회의 때인 6월18일 첫 요구안을 내놨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그로부터 21일이 지난 7월9일(12차 전원회의)이다. 지난해 일정대로라면 내년 최저임금액은 일러야 다음달 중순께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심의가 늘어지는 표면적인 이유는 노사 간 의견 차이에 있다. 1차 전원회의(4월7일) 이후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 표기를 시급으로 할지, 월급으로 할지, 업종별로 차등화할지 등을 놓고 갑론을박했다. 27일 공익위원들의 중재로 표결에 부쳐 지난해와 같은 방식(시·월급 병기)으로 하기로 했다. 80여일간 헛바퀴만 돌린 셈이다.

심의가 늦어지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한 공익위원은 “4·13총선을 거치면서 여야 정치권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문해 노동계의 ‘작전카드’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회를 등에 업은 노동계의 지연·압박 카드에 공익·사용자위원들이 수세에 몰렸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현실은 외면한 채 노동계의 감정논리에 편승해 경영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길거리에 나앉으면 정치권이 책임져줄까요.” 한 사용자위원의 하소연이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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