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vs 신세계, 프리미엄 슈퍼 전쟁

입력 2016-06-27 16:33
롯데슈퍼, 강남 도곡동에 30일 고급 식품매장 열어
서초동에도 출점 예정

신세계 SSG마켓에 맞불


[ 정인설 기자 ] 롯데가 신세계에 이어 프리미엄 슈퍼마켓 사업을 시작한다. 갈수록 커지는 고급 신선식품 시장을 겨냥해서다. ‘식품 백화점’ 형태로 소득 최상위층을 타깃으로 하는 신세계에 맞서 롯데는 규모가 크지 않은 프리미엄 점포를 여러 곳에 내 좀 더 넓은 범위의 고소득층까지 소비자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간판 비슷하지만 실체 달라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롯데슈퍼는 오는 30일 서울 도곡동 롯데슈퍼 아카데미점을 고급 슈퍼 체인인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 도곡점으로 바꿔 문을 연다. 고급 식품 매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 채소와 돼지고기 등은 유기농만 팔기로 했다. 청산도 전복과 남해 죽방렴 멸치 등 국내 유명 산지 수산물과 유기농 인증을 받은 해조류만 취급할 방침이다. 가격보다 신선도와 품질을 중시하는 고소득층을 겨냥하기 위해서다.

서울 도곡동에 이어 서초동에 추가로 매장을 열 예정이고, 경기 분당과 일산도 후보지로 올려놨다. 가능한 한 많은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내기 위해 점포 면적은 1600㎡ 안팎으로 하기로 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출점 규제와 높은 임차료 때문에 수도권에 대형 점포를 내기 어려워 중소형 점포를 여러 군데 개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신세계는 대규모 ‘식품 백화점’ 형태로 프리미엄 슈퍼마켓 시장에 진출했다. 2012년 6월 부산 해운대에 처음 문을 연 신세계 SSG푸드마켓 마린시티점의 면적은 2700㎡이고, 한 달 뒤 개점한 서울 청담점 면적은 4600㎡다.

신세계는 점포 규모가 큰 만큼 백화점으로 등록했다. 영업규제를 받는 대형마트와 SSM은 한 달에 2회 이상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지만 SSG푸드마켓은 백화점이어서 명절 당일만 쉬고 연중 무휴다.


◆소비자층과 상품 구성도 차이

롯데와 신세계는 둘 다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표방하고 있지만 목표 소비자층은 조금 다르다. 롯데는 소득 상위 10~30%를 핵심 고객층으로 삼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의 핵심층인 40~50대뿐 아니라 30대까지 주요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신세계 SSG푸드마켓 목동점의 주요 소비자층은 소득 상위 20%이고, 청담점과 마린시티점은 각각 상위 5%와 10%다. SSG푸드마켓은 고급 주상복합건물에 입점해 있다. 롯데는 주상복합건물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신세계 관계자는 “SSG푸드마켓은 본래 고급 주상복합건물 입주민을 위한 근린 시설로 시작했다”며 “롯데 프리미엄 슈퍼와는 시작과 타깃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상품 종류 수에서도 차이가 난다.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 도곡점에선 7000여가지 상품을 팔지만, SSG푸드마켓 청담점의 상품 종류는 2만여가지다. 청담점에선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분홍색 소금, 트러플이 들어간 꿀 등 초고가 수입품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어서다.

상품 구성도 다르다.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먹거리 위주지만 SSG푸드마켓은 백화점의 특성을 살려 청담점에 패션 편집매장도 차렸다. 업계 관계자는 “대중 백화점을 내세운 롯데백화점과 고급 백화점을 지향하는 신세계백화점의 전략이 프리미엄 슈퍼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며 “소비자의 발길이 어느 쪽으로 더 향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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