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오피니언] 자가용 2000만 시대, 대세 연료는?

입력 2016-06-27 16:11
수정 2016-06-27 16:19
오토타임즈의 확대경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5년 디젤 세단 허용 당시 국내 전체 자동차 등록은 1560만대였다. 10년이 지난 2015년은 2170만대로 610만대가 늘었다. 이 가운데 디젤 세단은 10%인 60만대에 머문 반면 레저용차량(RV)은 319만대에 달한다.

국내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다목적차량(MPV)을 포함한 RV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2012년부터다. 2011년 25만대 판매에 그친 RV는 이듬해 30만대, 2014년 46만대, 2015년에는 61만대로 껑충 뛰었다. 다시 말해 국내에 RV 바람이 불었고, 이런 현상이 디젤차 확대를 주도한 셈이다.

RV가 늘어난 배경은 소득 증대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산업화 시대에 삶의 우선 항목이 이른바 ‘생존’이었다면 지금은 ‘나만의 색, 다른 삶’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매슬로가 제시한 욕구 5단계의 피라미드를 떠올리면 바닥에서 3단계 정도로 올라온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환경부가 장기적으로 경유 사용 억제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후화된 경유차의 조기 폐차를 유도하고, 디젤 RV 수요를 억제하는 쪽으로 방향지시등을 작동시켰다.

그런데 한국의 자가용 보유가 곧 2000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소식이 들린다. 한마디로 본격적인 ‘1가구 2차’ 시대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전문가마다 계산기 두드리기에 바쁘다. 가뜩이나 도로에 넘쳐나는 자동차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인지, 아니면 한계 수요에 도달한 만큼 디젤이 가솔린이나 액화석유가스(LPG)로 이동할 것인지를 두고 말이다.

자가용 2000만대를 정점으로 연료 수요가 이동한다면 당장 가솔린이나 LPG 엔진 차종에 집중하겠지만, 보유대수가 선진국처럼 ‘대당 2명 미만’에 해당될 만큼 2200만대, 나아가 2300만대까지 간다면 여전히 디젤 RV를 주목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잡으려는 환경부가 RV를 구입하려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막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업계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디젤 RV 구매 예정자가 가솔린 또는 LPG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에는 ‘가솔린 vs LPG’로 다시 격돌할 태세다. 하지만 사각의 링에 올랐을 때 LPG는 여전히 불리한 점이 적지 않다. 당장 LPG 차종이 많지 않아서다.

LPG차의 제품 부족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LPG=서민 연료’라는 인식도 분명 존재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서려는 자동차회사에 LPG차는 오히려 제품 브랜드를 깎아내리는 요소가 된다. 미세먼지 논란으로 LPG의 친환경성이 부각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인식이 개선되면 굳이 말려도 고급 세단에 LPG 엔진을 탑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이달 말이면 자가용 보유대수가 2000만대를 넘게 된다. 비좁은 도로는 叢?정체로 밀리겠지만 자동차와 에너지 기업은 쏟아지는 자가용 가운데 RV와 세단 비중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어떤 연료로 이동할 것인지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기업은 시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권용주 <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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