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징이 뭐길래…삼성 '별동대' 꾸려 기술 개발

입력 2016-06-26 18:47
수정 2016-06-27 09:22
TSMC에 애플 납품 놓치자
부피·원가 낮추는 신기술 연구


[ 김현석 기자 ]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칩을 인쇄회로기판(PCB) 없이 패키징(칩을 쓸 기기에 맞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하는 기술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아이폰7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대만 TSMC에 빼앗긴 게 칩 기술이 아니라 패키징에서 뒤진 탓으로 분석되고 있어서다. PCB가 주력인 삼성전기도 매출 감소를 우려해 삼성전자와 힘을 합쳤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6개월째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칩과 기기를 잇는 선을 PCB가 아니라 실리콘 웨이퍼에 직접 심는 것이다. PCB가 없어 원가를 낮추고 두께도 얇게 할 수 있다. 또 AP 메모리 전력반도체 등 여러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넣을 수 있어 반도체의 소형화, 고집적화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9월에 나올 아이폰7의 AP를 TSMC에 맡긴 것은 패키징 기술에서 삼성보다 앞서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삼성이 별동대를 꾸려 패키징 신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14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16㎚ 공정의 TSMC에 밀린 게 패키징에서 부피와 원가를 줄이지 못해서라는 얘기다.

강사윤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 20일 삼성인베스터스포럼에서 “실리콘 기술만으로는 미래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며 “제품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패키징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기도 함께 뛰어들었다. 주력 사업 중 하나인 PCB 매출 감소를 우려해서다. FoWLP 기술이 대중화하면 그동안 고부가 제품이던 PCB가 사라질 수 있다.

삼성은 내년부터 이 기술을 적용할 전망이다. 오는 8월 발표할 갤럭시 노트7에는 아이폰7과 달리 FoWLP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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