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증한 금…재고 부족 우려까지
글로벌 금융시장 대혼란
[ 뉴욕=이심기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진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브렉시트가 확정된 뒤 지난 24일 하루 동안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 글로벌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2조800억달러(약 2500조원)가 사라졌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600포인트가 빠지면서 최근 10개월래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를 포함해 S&P500지수,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급락해 연간 상승률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뉴욕증시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 빅스(VIX)는 25.76으로 이날 하루 49% 폭등했다. 지난 2월11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럽 증시를 대표하는 유로스톡스 600지수 역시 이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인 7% 폭락했다.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선진국 국채 가격도 초강세를 지속했다. 일본 국채(10년물) 금리는 연 -0.2%, 독일 국채(분트 10년물)도 연 -0.04%로 각각 역대 최저치였다. 채권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뜻한다.
금에도 수요가 몰리면서 재고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가 확정적이라는 개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24일 새벽 중국 등지에서 매수주문이 쏟아져 들어와 금 선물 가격이 순식간에 5% 급등, 온스당 1300달러를 넘었다. 평상시의 일곱 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렸다. 런던시장에서는 파운드로 가격이 표시된 금값이 한때 21% 폭등하면서 3년여 만에 온스당 1000파운드를 돌파하기도 했다. 소시에테제네랄 은행은 금 가격이 10% 더 올라 온스당 14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과는 다르다면서도 ‘아직’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현재까지는 재앙적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 파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사이먼 존슨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로 글로벌 금융시스템은 실제 상황에서 스트레스테스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