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양양' 검찰 수사,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

입력 2016-06-24 18:21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민영진 전 KT&G 사장 등 무죄

체면 구긴 검찰 '이례적 반박'
"판결 결과 우려스럽다…이런 식이면 부패수사 못해"

법조계 관계자
"하명수사 논란…예견된 일"


[ 김인선 / 박한신 / 이상엽 기자 ]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해 재판에 넘긴 사건에 대해 잇달아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의 부실 수사와 무리한 기소가 도마에 올랐다. 체면을 구긴 검찰은 “우려스러운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24일 저축은행에서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74)의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이전 2심 결과를 뒤집고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박 의원은 2012년 9월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저축은행 비리합동수사단의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지 약 4년 만에 모든 혐의에서 벗어났다. 파기환송심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일부 유죄였다.


‘외환은행 대출 금리조작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들도 이날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서태환)는 전 외환은행 부행장 권모씨 등 7명에 대해 검사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이들이 전산 조작으로 2007~2012년 중소기업 등 이용자 4861명의 대출 가산금리를 무단 인상해 부당이득 303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했다. 1심도 금리 인상 사유가 정당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3일에도 검찰이 공들인 사건 세 건이 모두 무죄로 판결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부하직원과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구속기소된 민영진 전 KT&G 사장(58)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돈을 건넨 이들이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민 전 사장과 관련해 검찰의 추가 수사를 받자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같은날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64)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단을 받았다. 정 전 총장은 해군 함정 수주를 돕는 대가로 옛 STX 계열사에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정 전 총장이 돈을 직접 받은 게 아니라 장남이 대주주인 요트회사에 후원금 형식으로 전달됐기 때문에 ‘단순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또 ‘정운호게이트’의 핵심 법조 브로커로 지목된 이동찬 씨(44)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직 세관장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자존심이 상한 검찰은 이례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24일 “민 전 사장 사건에 대한 항소장을 오늘 접수할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무죄가 선고되면 수사가 위축되고 부정부패 척결에 장애가 된다”고 했다. 정 전 총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무죄가 아니라 “공소장을 변경하라는 취지”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잇단 무죄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선 “예견된 일”이란 반응이다. 검찰은 지난해 포스코 농협 등 전 정권과 관련된 기업인들을 겨냥해 비리 의혹을 수사했다. 수개월간 대대적으로 수사했지만 별 성과 없이 끝나자 ‘하명수사’ 논란이 일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KT&G 재판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인선/박한신/이상엽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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