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 아일랜드CC 코스 공략법
가장 까다로운 1번홀
잘친 샷도 우측 깊은 벙커행…작년 장하나도 버디 못 잡아
'아멘코너' 닮은 14~16번홀…15번홀 아름답지만 난공불락
그린 높고 풍향 수시로 바뀌어 살짝만 감겨도 '퐁당쇼' 연출
페어웨이 작년보다 좁아져…평균타수 1~1.5타 높아질 듯
[ 이관우 기자 ]
“야누스의 두 얼굴을 조심하라!”
세계 100대 골프 코스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데일은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아일랜드CC를 설계한 뒤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넋을 놨다간 한순간 지옥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다. 오는 23일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6’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물론 주말 골퍼들도 평소보다 3~4타가량 더 치는 일이 잦은 이유다. 신동구 코스관리팀 부장은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해풍과 주름 그린, 수많은 벙커와 해저드가 인내심을 시험한다”며 “골퍼들의 진짜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공포의 홀 vs 황홀한 홀
링크스 코스 전문가인 데일은 벙커를 많이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대회 코스인 웨스트오션코스와 사우스오션코스가 그렇다. 53개의 벙커가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을 포위하고 있다. 티샷은 물론 정확한 세컨드 아이언샷이 관건일 수밖에 없다.
1번홀(파4)은 대표적인 ‘공포의 홀’이다. 시작부터 벙커의 도발이 매섭다. 겉보기엔 페어웨이가 널찍해 만만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발톱이 감춰져 있다. 이 코스에서 지금까지 열린 KLPGA투어 6개 대회에서 난도 1위에 2회, 2위에 1회 올랐을 정도다. 티샷이 조금만 밀려도 페어웨이 오른쪽 깊은 벙커에 들어가기 일쑤다. 이를 의식해 당겨치면 왼쪽 러프가 기다린다. 이렇게 되면 그린까지의 거리가 자칫 180m도 넘게 남을 수 있다. 똑바로 잘 맞은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 벙커로 곧장 들어가는 허탈함도 각오해야 한다.
지난해 챔피언인 장하나(24·비씨카드)는 당시 3라운드 첫 보기를 이 홀에서 범했다. 4라운드 내내 버디는 한 개도 잡지 못했다. 그는 “페어웨이 벙커만 잘 넘기자는 생각으로 안전 위주로 첫 홀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2번홀(파4) 역시 안전 공략이 필수다. 선수들도 ‘마(魔)의 홀’로 부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까다로운 곳이다. 지난해 평균 스코어 4.25타로 난도 1위에 올랐다. 버디는 단 3개만 내주고 보기 18개, 더블 보기 1개를 선수들에게 안겼다. 그린 주변을 감싼 벙커와 오른쪽 페어웨이를 파고든 해저드의 협공을 이겨내느냐가 관건이다. 선수들이 드라이버를 포기하고 주로 3번 우드를 穗?것도 그래서다. 그래도 샷이 밀리면 해저드로 공이 직행하고, 당겨치면 두 번째 샷 각도가 나오지 않는 게 이 홀의 어려움이다. 그린에 공을 올렸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높이차가 상당한 2단 그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6번·18번 승부홀을 노려라
갤러리들이 눈여겨볼 만한 홀은 파3홀(8, 15번)과 파5홀(6, 18번)이다. 파3홀은 아름답지만 모두 가시를 품고 있다.
8번홀은 그린 위의 바람이 거리를 헷갈리게 하는 ‘미스터리 홀’이다. 짧아도 벙커, 길어도 벙커다. 자칫 2타 이상을 잃을 수도 있는 곳이다. 15번홀은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상공의 풍향이 다를 때가 잦다. 게다가 그린이 살짝 높다는 점을 간과하는 경우도 많다. 짧은 클럽을 잡거나 풍향을 착각하면 그린 앞 깊은 벙커나 공을 왼쪽 해저드로 보내는 ‘퐁당쇼’를 감수해야 한다.
15번홀은 14, 16번홀(파4)과 함께 ‘다이아코브’로 불릴 만큼 절경을 자랑한다. 다이아코브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만(灣)이란 뜻이다. 타수를 잃는 게 더 뼈아픈 이유다.
6번홀은 ‘유혹의 홀’이다. ‘모 아니면 도’다. 오른쪽 언덕 밑 시야를 가득 메우는 해저드를 잘 넘기면 2온, 이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티샷을 230m 이상은 쳐야 가능한 일이다. 살짝 밀리면 해저드가 공을 삼킨다. 똑바로 쳐도 페어웨이 한가운데 있는 항아리 벙커에 들어가거나 뒷바람을 받고 예상보다 멀리 날아가면 똑바로 치고도 OB(아웃 오브 바운즈)를 범하는 이른바 ‘막창’ 사고가 난다. 지난 4월 이 코스에서 열린 삼천리투게더오픈에 참가한 박성현(23·넵스)은 이 홀에서 버디, 보기, 파의 들쭉날쭉한 기록을 받아들었다.
18번홀은 지난해 대회에서 가장 쉬운 홀로 기록됐다. 평균 타수가 4.76타. 웬만하면 버디를 잡는다는 얘기다. 거꾸로 버디를 잡지 못하면 승부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신동구 부장은 “올해는 러프를 지난 대회 때보다 길게 기른 데다 그린 빠르기도 3.4 정도로 맞출 예정”이라며 “페어웨이도 더 좁아져 지난 대회보다 1~1.5타 정도 평균 타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험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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