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사상 최저 기준금리…빛과 그림자

입력 2016-06-17 17:20
[ 강현철 기자 ] 지난 9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한은) 본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때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50%에서 1.25%로 하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모두 일곱명인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였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이다.

기준금리는 한은 통화정책의 기준이 되는 금리다. 정책금리라고도 한다. 한은이 시중금리를 조절하는 데 활용하는 핵심 수단 중 하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우리 경제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0.5%(전분기 대비)에 그쳤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17개월 연속 뒷걸음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치 2%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하반기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한은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의 금리도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투자지출과 소비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또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가격(자산가격)이 뛰어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 부의 효과는 자산가치가 커지면 그 영향으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기준금리 인하는 자국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춰 경기를 살리려 애써왔다. 심지어 과거엔 상상조차 못한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한 나라도 나타났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반드시 경기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는 한 금리가 낮아진다고 해서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다. 또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시장 버블(거품)만을 야기할 수도 있다. 넘쳐나는 돈이 생산현장에 투입되지 않고 머니 게임에 쏠리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자 벌써부터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는 등 자산 버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래서 기준금리 인하는 구조조정 정책과 동시에 수행돼야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구조조정 정책은 경제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작업이다. 4, 5면에서 기준금리와 금리의 역할, 초저금리 시대를 맞은 세계경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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