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억 투자하고…'느림보'로 전락한 김포 전용기터미널

입력 2016-06-14 18:38
현장에서
"3시간이면 끝낸다더니…전용기 전용수속 밟으려면 이틀 전에 알려라"

"상주 인원 없어서" 황당한 이유
김포공항서 담당자 출장 나와야
일정 급한 기업인들 이용 힘들어…인원 몇명이 없어 제 기능 못해

16일 문 열지만 '반쪽짜리' 우려
중국·싱가포르 등 대부분 공항, 이착륙 3시간 전 통보하면 OK
'불편하다' 평판 쌓이기 전 해결을

김순신 산업부 기자 soonsin2@hankyung.com


[ 김순신 기자 ] 서울 김포국제공항이 기업인들의 빠른 입·출국을 위해 비즈니스 항공센터(SGBAC)를 16일 열지만 제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비즈니스 항공센터는 개인이나 법인 등이 보유한 전용기 전용 터미널이다.

빠른 입·출국을 위해선 터미널에 검역·출입국·세관(CIQ) 직원이 상주해야 하지만 이 터미널엔 이를 담당할 직원이 배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 수속을 위해선 항공기 이착륙 이틀 전에 일정을 공항에 통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베이징,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 있는 비즈니스 항공 전문 터미널은 항공기 이착륙 세 시간 전에만 통보하면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며 “시간 단위로 스케줄이 변하는 기업인들에게 이틀 전에 일정을 확정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세 시간 만에 끝낸다더니

비즈니스 항공센터는 별도의 터미널·주기장·격납고를 마련해두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시설이다. 활주로 등은 기존 김포공항 시설을 같이 이용하지만, 별도 터미널에서 출입국 심사와 세관 신고 등을 마치면 20분 이상 걸리던 비즈니스 항공기 이용객의 출입국 절차가 2~3분 정도로 줄어든다. 터미널에서 차를 타고 바로 올림픽대로에 진입할 수도 있다.

빠른 수속이 핵심 경쟁력인 비즈니스 항공센터 운영을 위해 한국공항공사도 당초 이착륙 세 시간 전에만 공항에 통보하면 비즈니스 항공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검역), 법무부(출입국), 관세청(세관) 등 담당 부처는 직원 부족을 이유로 CIQ 직원 상주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CIQ 직원들은 비즈니스 항공센터에 상주하지 않고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출장을 오는 방식이다. 여객 수요가 많은 국제선 청사 업무가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CIQ 직원들의 출장을 잡기 위해 이틀 전에 일정을 통보해야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 수속을 밟을 수 있게 됐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급한 일정에 쫓기는 기업인들이 방문 하루 전에 한국 방문을 결정하면 비즈니스 항공센터가 아니라 기존 국제선 청사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 명의 CIQ 직원을 충원하지 않아 450억원을 투자해 세운 항공센터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中·日과의 경쟁에서 밀릴 위기

전문가들은 급성장하는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항공기 시장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비즈니스 항공센터가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보다 늦게 문을 여는 데다 이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상하이 푸둥공항과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비즈니스 항공센터를 세웠다. 각 공항의 상주인력은 120여명에 달하고, CIQ 직원들이 상주하며 빠른 수속을 돕는다. 지난해 서우두공항을 이용한 비즈니스 항공기는 1만1000여대에 달했다. 일본 나리타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역시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시설을 통해 매해 3000~7000여대의 비즈니스 항공기를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 김포공항을 이용한 비즈니스 항공기는 1168편이다. 현대자동차 LG SK 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이 보유한 비즈니스 항공기는 8대에 불과해 김포공항을 이용한 비즈니스 항공기의 75%는 외국인 소유 비행기였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항공센터 시범운행 과정에서 CIQ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탑승 수속이 세 시간가량 길어진 일이 발생했다”며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가 불편하다는 평판이 쌓이기 전에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신 산업부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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