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서 만든 링크트인…호프먼, MS에 31조원 매각

입력 2016-06-14 18:23
또 대박 터뜨린 '페이팔 마피아'

페이팔 매각대금 종잣돈 삼아 창업 동료와 인맥관리 SNS 투자
MS의 인수 발표 후 주가 47% ↑…벤처 키워 M&A '창업 선순환'


[ 이상은 기자 ] 비즈니스 인맥 관리에 특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트인의 리드 호프먼 창업자 겸 회장(사진·48)이 ‘대박’을 터뜨렸다. 이 사이트를 세상에 선보인 지 약 13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 262억달러(약 31조원)를 받고 팔기로 했다.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세계 최대 인터넷 결제기업 페이팔 출신(페이팔 마피아)이 또 다른 성공 스토리를 썼다는 평가다.

호프먼 회장은 원래 학자를 꿈꿨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인지과학·철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기껏해야 50명이 읽는 글’을 쓰는 것보다 MS 같은 회사를 세워 세상을 바꾸자고 결심하고 정보기술(IT) 기업에 취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애플, 후지쓰에서 경험을 쌓은 뒤 30세에 ‘소셜넷닷컴’을 차렸으나 2년 만에 망했다. 그때부터 SNS의 가봉?높게 봤다. 1998년 인터넷 결제시스템 페이팔 창업에 참여했다. 페이팔은 훗날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에 15억달러에 매각됐고, 호프먼을 비롯한 페이팔 초창기 멤버들은 이렇게 번 돈을 종잣돈 삼아 다른 사업체를 앞다퉈 창업했다.

호프먼은 2002년 10월 페이팔, 소셜넷 출신 동료들과 자신의 집 거실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궁리하다 링크트인을 생각해냈다. 휴대폰과 명함첩에 있는 지인 목록을 추려 직업, 전공, 연락처 등으로 정리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링크트인 가입자는 처음엔 자기가 아는 사람 350명이 전부였는데, 한 달 새 4500여명, 현재는 200여개국 4억3300만명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월평균 방문자 수는 1억명이 넘는다. 2011년 링크트인은 뉴욕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했고, 상장 첫날 가격이 두 배로 폭등했다.

회원이 자기 이력서와 관심분야 등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링크트인은 구인·구직에 최적화한 SNS다. 채용 관련 서비스, 기업광고 서비스, 유료회원제 등으로 수익을 얻는다. 다만 회원의 활동률이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올 들어 주가가 40% 하락했다.

13일(현지시간) MS의 인수 발표로 상황은 급변했다. 주가가 47% 폭등했다. MS는 링크트인을 자사 고객관리소프트웨어 등과 결합해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은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구상 중이다. MS에도 마찬가지지만 링크트인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인 것이다. 호프먼 회장은 “오늘은 링크트인을 재창업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엘론 머스?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피터 틸 클래리엄캐피털 회장, 스티브 첸 등 유튜브 창업자들, 제러미 스토플먼 옐프 CEO 등도 호프먼처럼 자기 분야에서 또 다른 성공을 이룬 페이팔 마피아다. 페이팔 마피아의 성공은 젊은 나이에 창업한 이들이 벤처기업을 키워 대기업에 판 뒤 다시 창업에 나서는 선순환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선진국 IT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2003년 에스토니아 화상통화서비스업체 스카이프 초기 멤버로 참여했다가 나와 2011년 개인간(P2P) 해외송금회사 트랜스퍼와이즈를 공동 창업해 세계 1위로 키운 타벳 힌리커스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피터 틸이나 마크 앤드리슨 앤드리슨호로위츠 회장 등의 투자를 받을 수 있던 비결에 대해 “세상은 생각보다 좁아 일단 어떤 세계에 편입되면 그 안에서 네트워크가 계속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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