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낸드에 25조 투자하는 삼성
'초격차 1위 전략' 가동…독주체제 구축
스마트폰·SSD용 수요 급증…황금시장 부상
경쟁사들 내년부터 '48단 제품' 본격 양산
기술 앞선 삼성, 물량 쏟아내 '싹쓸이' 전략
[ 김현석 기자 ]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도 D램과 같은 독주체제를 만들겠다.’ 삼성전자가 20조원이 넘는 돈을 3차원(3D) 낸드에 투자하기로 한 이유다. 낸드 시장이 커지면서 인텔과 중국 기업까지 뛰어들자 돈과 기술로 밀어붙여 치킨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싹부터 잘라버리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첨단인 3D 낸드 기술에서 경쟁사보다 최소 1년 이상 앞서 있어 가능한 얘기다. 삼성은 첨단 제품으로 수익을 올리다가 경쟁사가 쫓아오면 물량을 대거 풀어 적자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전략을 써왔다.
○몰려오는 치킨게임의 그림자
반도체 시황은 좋지 않다. PC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D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낸드 시장은 다르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대표되는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해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 서버에 들어가는 SSD 용량은 매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낸드도 증가한다. 오는 9월에 나올 아이폰7은 256기가바이트(GB) 낸드를 탑재한다.
문제는 시장 참여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등 4개사가 싸우고 있는 낸드 시장에 인텔도 진입해 3분기부터 3D 낸드를 생산한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도 낸드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 XMC는 지난 3월 3D 낸드 공장을 착공했다. 구조가 간단한 낸드가 D램보다 생산하기 쉽고, 시장 전망도 좋아서다.
이들이 돈을 벌게 되면 치킨게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30년간 D램 시장에서 지긋지긋한 치킨게임을 경험한 삼성전자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삼성전자는 1999년 D램 시장에서 기술주도권을 쥐자 먼저 제품을 개발해 비싼 값에 팔다가 나중에 물량을 대거 풀어 쫓아온 경쟁사들이 개발비도 못 건지게 만드는 ‘초격차’ 전략으로 치킨게임을 끝냈다. 1995년 20여개사던 D램 업체는 2012년 일본 엘피다의 몰락을 끝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 체제로 재편됐다.
삼성전자가 3월 중국 시안의 3D 낸드 공장에 월 4만장(웨이퍼 기준) 규모의 생산 설비를 증설한 데 이어 경기 화성 16라인 일부(월 4만장 규모)를 3D 낸드로 전환하고, 17라인(2단계)과 경기 평택 공장에서 3D 낸드를 생산하기로 한 이유다.
○“삼성 물량 풀면 경쟁사는 적자”
3D 낸드는 평면 낸드의 회로를 수직으로 세운 제품이다. 평면 미세공정 기술이 10나노미터(㎚)대에서 한계를 맞으면서 이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됐다. 평면이 단독주택이라면, 3D는 아파트로 보면 된다. 3D 낸드는 여러 장점이 있다. 평면 낸드보다 속도가 빠르고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안정성과 내구성도 뛰어나다. 전기 소모량마저 적다. 30단 정도 쌓으면 원가가 높지만, 48단 이상이면 같은 용량의 평면 낸드보다 원가가 낮아진다.
삼성전자는 2013년 8월 32단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성능이 앞선 3D 낸드를 앞세워 삼성은 고가 SSD 시장을 휩쓸고 있다. 고급 서버용 SSD 시장에서 지난해 21%의 시장 점유율을 올려 인텔을 앞서기 시작했다. 소비자용 SSD 시장에선 50%가 넘는 압도적 점유율을 거뒀다. 그 덕분에 올 1분기 미국 마이크론은 적자를 냈고 SK하이닉스는 4분기에 비해 흑자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작년 4분기와 비슷한 영업이익 2조6300억원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부터 48단 3D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확실한 원가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도시바는 올 하반기 48단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32~36단 제품을 소량 생산하고 있는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48단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이들이 48단을 내놓는 내년 초 64단 제품으로 한 단계 더 앞서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 비싼 값을 받고 있는 48단 제품 값을 대폭 떨어뜨리면 도시바 등은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원가를 맞추는 수준에서 3D 낸드를 내놓으면 다른 회사는 모두 적자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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