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임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쪼개 갈라먹는 이런 국회

입력 2016-06-13 17:47
여야 정당들이 20대 국회 개원에 맞춰 18개 상임위원회(2개 특위 포함)를 이끌 위원장 임기를 잘게 쪼개 갈라먹기 식으로 선임한 것을 놓고 비판이 무성하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임기 4년의 국회를 전반기와 후반기로 구분하는 것에 따라 통상 2년으로 정했던 상임위원장 임기를 임의로 1년으로 쪼개 후보 의원들이 경선 없이 돌아가며 맡도록 자리를 나눈 탓이다. 두 정당은 상임위원장을 각각 8명씩 둘 수 있지만 자리를 희망하는 3선 이상 의원 수가 이보다 많아지자 편법을 동원했다.

상임위원장 임기가 1년으로 쪼개진 곳은 새누리당이 맡은 8곳 중 법사위, 정무위, 정보위, 국방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등 5곳이고 더민주는 예산결산특위, 윤리특위 두 곳이다. 특히 법사위는 새누리당이 진통 끝에 국회의장을 더민주에 넘겨주고 받은 핵심 상임위인데도 위원장 후보가 3명이라는 이유로 위원장 임기를 1년+1년+2년으로 쪼갰다. 정무위원장 임기도 이와 똑같다. 더민주 역시 정부의 새해 예산 심의·의결과 전년 정부 지출 심사라는 의회 본연의 책무를 수행하는 예결특위 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쪼개 3선 의원 두 명이 윤리특위 위원장과 함께 번갈아 맡도록 했다. 당장 국회 상임위의 전문성, 업무의 연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수십개나 되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를 지휘하는 위원장이 1년마다 바뀌어야 한다면 업무 보고, 국정 실?파악 등에서 얼마나 많은 행정력과 시간, 자금 등이 소모될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본말의 전도다. 의원 선수(選數)에 대한 기득권 보장이 국회에 주어진 임무 수행보다 우선한다는 발상이다. 월 600여만원의 활동비, 소관 부처 및 기관에 대한 영향력 같은 상임위원장의 소위 잿밥과 끗발을 갈라먹으려고 다들 혈안이다. 상임위원장 후보자가 많으면 경선을 통해 선임하면 그뿐이다. 경선을 거부하고 임기를 쪼개 자리를 나누는 것은 담합에 불과하다. 여당과 야당 모두 과거와는 다른 국회,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 행동은 여전히 다르다. 기득권부터 없애라는 비판은 벌써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도대체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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