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시계 제로'
호텔 이어 코리아세븐 등 계열사 상장 연기 불가피
면세점 재승인 '빨간불'…신동주 측, 긴급 협의 요구
[ 정인설 / 송종현 / 나수지 기자 ]
롯데그룹이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영권 분쟁 진정 국면에서 검찰의 비자금 수사라는 암초를 만나 그룹 주요 경영 현안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진 10일 롯데케미칼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해 놓은 미국 석유화학 회사 액시올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철회했다. 국내 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상장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완공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승인 심사를 앞둔 시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주요 경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그룹 전체가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잠실롯데 완공 앞두고 악재
투자은행(IB)업계는 검찰 수사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날 호텔롯데뿐 아니라 호텔롯데가 지분을 보유한 롯데쇼핑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어 지금 상황에서 호텔롯데를 예정대로 다음달 상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호텔롯데는 지난 8일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오는 29일로 예정했던 상장일을 다음달 21일로 3주가량 미뤘다. 호텔롯데 주관사 관계자는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에 이어 주요 계열사의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나와 호텔롯데 상장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롯데그룹에서 호텔롯데 상장을 자진 철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텔롯데 상장이 연기되면 다른 계열사 IPO도 줄줄이 미뤄진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IPO 이후 롯데정보통신과 코리아세븐 등을 국내 증시에 상장하려 했다.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라는 비판을 해소하고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동시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짓는다는 게 롯데그룹 측 계획이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이달 말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등기이사직 퇴진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전망이다. 나아가 이번 검찰 수사로 신 회장이나 롯데그룹의 비리가 밝혀지면 롯데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로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사가 신 전 부회장 측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