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세스코
국내 첫 '쥐 박사' 전순표
英 유학후 방제 R&D에 투자
700여 해충별 처방시스템 구축
방제시장 90%가량 점유
방문 컨설턴트 4000여명 활동
'세스코=해충 안전지대' 각인
위생분야로 영역 확장
바이러스·주방식품위생…
종합검진·관리 서비스 나서
[ 정소람 기자 ]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
1960년대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루에 한 끼도 챙겨 먹기 힘든 시절, 쥐는 귀중한 식량을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였다. 쥐로 인해 사라진 양곡은 전체의 30%에 달했다.
국내 쥐·해충 방제 시장의 9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방제 전문서비스 기업 세스코(CESCO)의 출발은 이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창업 초기 쥐나 바퀴벌레를 대신 잡아주던 회사는 40년 만에 매출 2000억원짜리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음식점 백화점 전시장 등에 붙어 있는 ‘세스코 멤버스’ 마크는 일반인에게도 ‘해충 안전 지대’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전우방제=전 우주를 방제하자
창업자 전순표 회장이 방제 분야에 발을 들인 것은 1962년 영국 정부의 초청 장학생에 뽑히면서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학생들을 2년간 런던대에 보내 쥐 잡는 기술을 배우도록 했다. 영국이 병충해 박멸에 관한 기술력을 앞세워 농산물을 오래 보관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학을 마친 뒤 귀국한 그는 농림부 양곡창고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며 영국에서 배운 기술과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적인 쥐잡기 운동에 뛰어들었다. 동국대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해 국내 첫 ‘쥐 박사’로 불렸다.
이후 그는 농림부에서 농촌경제개발과장을 맡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1976년 사표를 내고 창업을 선택했다. 전우방제(全宇防除)라는 회사를 차린 것. ‘전 우주를 방제하자’는 뜻이다. 직원은 전 회장과 부인인 김귀자 이사,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청년까지 3명이었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은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늘려온 덕분이다. 전 회장은 기술력이 성패의 관건이라는 판단에 따라 1983년 안산 반월공단에 기술연구소를 세웠다. 과거 방제가 단순히 덫이나 소위 ‘찍찍이’로 불리는 부착형 방제 도구에 의존한 데 비해 전우방제는 체계적인 방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예를 들어 해충별로 어떤 먹이를 좋아하는지, 어떤 통로로 다니는지, 번식 방식은 어떤지 등 전 생애 주기를 관찰해 그에 적합한 ‘방제 처방’을 내렸다. 전우방제는 1988년 올림픽 경기장을 비롯해 국가의 중요한 행사 등에 ‘러브콜’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영업소도 전국 12곳으로 늘어났다.
○2000여 방제 솔루션 구축
1990년대 들어 둘째 아들인 전찬혁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회사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대학 시절부터 현장에서 쥐와 바퀴벌레를 잡는 요원으로 일한 전 대표는 1997년부터 상무로 승진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전산화하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나섰다. “벌레 잡는 데 무슨 매뉴얼이 필요하냐”는 직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당시로서는 거금인 30억원을 투자해 2년 만에 서비스 매뉴얼을 구축했다.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세스코맨’의 사전 방문 및 진단→처방→투약→정기 모니터링으로 이어지는 서비스 시스템이 이때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전 회장은 2000년이 되자 ‘글로벌 경영’을 선포하면서 사명을 ‘세스코’로 바꿨다. R&D 분야에 석·박사급 인력을 다수 채용해 100여명의 연구진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총 700여가지 해충을 대상으로 2000여가지 방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위생 서비스까지 넘본다
사업 기초를 탄탄히 쌓은 세스코는 본격적으로 성장 스토리를 써나갔다. 외부감사법인으로 지정돼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단 한 번의 꺾임 없이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2003년 219억원이던 매출은 2012년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는 1890억원까지 불어났다. 영업이익률은 10%를 넘나드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회사 자산은 총 1635억원, 부채는 74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5%에 불과하다. 각 가정, 기업, 병원, 학교, 빌딩 등으로 매출처를 다변화해 전국 지사 100여곳에서 방문 컨설턴트 4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세스코는 해충 방제에 그치지 않고 위생 분야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0여명의 석·박사급 R&D 인프라를 갖추고 해충기술 연구소 외에 식품안전연구소, 이물분석센터도 세웠다.
바이러스·박테리아·식품 위생 등으로 연구 범위를 넓히면서 최근에는 ‘화이트 세스코’라는 주방 위생 종합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음식 원재료와 유통 과정부터 시작해 주방에서 쓰는 기름은 깨끗한지, 도마나 냉장고 식기 등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없는지 등을 종합 검진·관리해 소비자가 깨끗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식품 안전 서비스’다. 최근 ‘맛집’ 열풍으로 고급 식당 수요가 커져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도 지사를 열어 글로벌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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