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샌프란시스코=조미현 중소기업부 기자 mwise@hankyung.com
[ 조미현 기자 ]
“연구중심 대학교만으론 일자리를 만들거나 기술을 상업화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대학들이 적극 창업을 지원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기자가 7일(현지시간) 방문한 QB3의 카스파 모스맨 커뮤니케이션·마케팅 디렉터는 미국 대학들의 창업붐 원인을 이같이 설명했다. QB3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을 목표로 2000년 UC샌프란시스코, UC버클리, UC산타크루즈 등 3개 대학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신약 개발, 의료 진단기기, 의료 플랫폼 등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이 주요 대상이다.
개인과 기업의 후원을 받기 때문에 QB3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연구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형 제약사와 공동연구도 할 수 있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2012년 콜레스테롤 처방약 ‘리피토’의 성능을 30% 높인 펩타이드 개발을 위해 QB3 벤처기업에 950만달러를 투자했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산파’로 꼽히는 QB3를 설립한 건 다름 아닌 대학이다. UC샌프란시스코 등 3개 대학이 의기투합한 것은 ‘노벨상’이나 ‘논문’ 때문이 아니다. 박사급 고급 인력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발전이 QB3의 가장 큰 목표다.
2013년 한국경제신문사 글로벌 인재포럼의 연사로 참여한 레지스 켈리 QB3 회장은 “지난해 QB3에서 육성한 기업이 올린 매출은 600억달러에 달한다”며 “18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은 창업을 독려하면서 기업가 정신도 강조하고 있다. UC캘리포니아는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88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학교에서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이 미래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 의해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창업한 학생이나 교수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일이 다반사다. 창업보다 정부 과제를 따내고 논문 숫자가 많은 교수를 대접해주는 게 국내 대학의 연구 풍토다. 바이오 창업을 격려하고 기업가 정신을 독려하는 미국 대학을 보면서 바이오산업의 혁신은 정부와 기업에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샌프란시스코=조미현 중소기업부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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