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잔혹사'…1994년 국회법 개정 후 한 번도 안지켜

입력 2016-06-07 18:49
역시나 'NATO국회'

14대 국회 땐 125일 '개점휴업'
결산 심사 등 줄줄이 차질


[ 홍영식 기자 ] 여야는 지난달 30일 20대 국회 임기를 시작하며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법정 기한 내 원 구성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가 문만 열어놓고 일은 하지 않는데도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으로 내놨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때문에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NATO(no action talking only)국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원 구성과 관련한 법 위반 역사는 길다. 1994년 개정된 국회법은 국회의원 임기 개시(5월30일) 7일째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도록 했다. 6월5일(이번은 5일이 일요일이고 6일이 현충일 휴일이어서 7일)까지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뽑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국회가 법 위반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

여야 간 원 구성 협상은 1988년 13대 국회 때부터 시작됐다. 12대 국회까지는 여당이 다수당이었고, 상임위원장을 독식해 원 구성 협상이 필요없었지만 13대 국회에선 여당인 민정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원 구성 문제가 협상 대상이 됐다.

원 구성 협상은 지금까지 법정 시한보다 평균 42.2일이 더 걸렸다. 원 구성이 가장 빨리 이뤄진 때는 18대 국회 후반기로 법정 시한을 9일 넘겼다. 14대 국회 전반기엔 125일간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다. 야당인 민주당은 여당인 민자당이 1당 지위를 잃은 만큼 동등한 자격으로 원 구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자당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18대 국회 전반기엔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동 여파로 개원 뒤 원 구성까지 88일 걸렸다.

2월부터 5월까지는 총선 및 차기 국회 준비 때문에, 6월은 원 구성 협상으로, 7월과 8월은 하한기여서 국회는 총선 전후 7개월가량 ‘허송세월’하기 일쑤였다. 원 구성이 되지 않으면 국회는 헌법상 기본책무인 ‘입법권’을 행사할 수 없다. 9월2일부터 시작되는 예산안 심사와 그 전에 끝내야 하는 2015회계연도 결산 심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회법을 고쳐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기 전 원 구성을 모두 마치도록 하고, 그러지 못할 땐 세비를 아예 지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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