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선순환 산업재편'
국내 일감으로 불황 극복
발전소·철강·물류사 등 국적선 이용 자율협약 유도
일본·중국처럼 내수기반 확충
조선 수주절벽도 해소
조선수주 국적선 비중 10%…해운사 살려 발주 물량 확대
화주·해운·조선 '3각 상생'
[ 오형주 기자 ]
화력발전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은 지난달 31일 국내 11개 해운회사를 불러 상생협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동서발전은 해외 유·무연탄 도입 계약 시 국적선사에 우선 수송권을 주고, 해외 공급사에 국적선사 이용을 요청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발전용 연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국적선사를 살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운송비 등 원가절감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업계에서 동서발전 사례처럼 화주의 국적선사 내수 비중을 확대해 해운과 조선업을 함께 살리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내 해상 운송물량의 대부분을 외국 선사가 차지하고, 국내 조선소 수주에서 국적선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가 해운·조선업을 동시에 위기에 빠뜨렸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내수로 해운 불황 견디는 일본
지난 4월28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해운조선정책포럼 창립 세미나.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 관계자와 선주협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 업종 대표,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관계자, 발전사 철강사 등 화주 대표까지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해운·조선의 상생을 위한 국적선사 운송 확대 등이 논의됐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은 “해운과 조선은 수출입화물 운송, 선박 발주와 건조, 운항과 유지보수 등에서 상호 보완적 관계”라며 “한국은 해운·조선 간 연결고리가 취약해 시너지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운·조선을 함께 살리기 위해선 일본처럼 국적선사 운송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국내 해상운송에서 국적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7%에서 지난해 10.8%로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일본은 작년 기준 자국선사 비중이 62%에 달했다.
김 본부장은 “일본은 자국선사에 대한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관계가 잘 형성돼 있다”며 “운임이 조금 싸다고 쉽게 외국선사로 이탈하는 일이 적어 불황기를 잘 견뎌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한국 해운사가 해운 업황 악화에다 과거 불리한 용선료 계약 문제까지 겹쳐 연간 수조원대의 적자에 시달리는 동안 일본 해운업계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로 인한 엔저(低) 효과까지 누리며 운임수입이 2011년 2조4340억엔에서 2014년 3조4360억엔으로 증가했다. 중국도 석유류 수송을 국적선사에 맡기는 ‘국유국운(國油國運)’을 기치로 국적선사 이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화주 국적선사 이용 유도하나
정부 일각에서는 국내 주요 화주와 대형 포워드(3자 물류)사의 국적선 이용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국내 주요 화주로는 발전공기업, 포스코 등 철강사,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사,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 등이 꼽힌다. 대형 포워드사로는 현대글로비스 범한판토스 CJ대한통운 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발전·철강 원료 운송에 쓰이는 벌크선은 국적선 운송 비중이 60~70% 수준이지만 포워드사가 주 고객인 컨테이너선은 20% 이하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제단체 등과 연계해 업계 자율로 ‘상생협력 협약’ 등을 맺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대형 포워드사 등 화주들 사이에서 운임 통제력 유지를 위해 국적선사를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적선사가 약화되면 화주들도 외국선사의 폭리에 노출돼 운임 상승 등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화주와 국적선사의 발주가 조선소 수주가뭄 해소에 ‘단비’가 된 사례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일 SK E&S, SK해운과 미국산 셰일가스 운송에 쓰일 18만㎥급 액화천연가스(LNG)선 2척 수주 계약(총 4억달러 규모)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한 첫 LNG선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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