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서울메트로의 예견된 안전사고

입력 2016-06-06 18:40
현장에서

노노갈등으로 투서·고발 난무
상가 입찰 등 비리의혹 줄이어
시 관계자 "제대로 관리 못했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각종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복마전(伏魔殿)’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시정이 투명해지면서 이 말은 사라졌지만 서울메트로만큼은 여전히 복마전입니다.”(서울시 고위 관계자)

지난달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김모씨(19)가 스크린도어 정비를 하다가 열차에 치여 숨진 이후 서울메트로의 각종 ‘갑질 행태’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사고가 나면 용역업체가 원상 복구와 손해배상에 대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한 ‘갑질 계약’도 모자라 메트로 퇴직 직원들을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른바 ‘메피아(메트로+마피아)’다.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지하철 매장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모 전 서울메트로 대표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정 대표는 자사 매장을 지하철 역내 매장에 입점시키기 위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에게 로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서울시가 전액 출자한 산하 지방공기업이다. 직원 숫자만 1만여명에 육박해 서울시 본청의 세 배가 넘는 거대 조직이다. 사장만 서울시장이 임용할 뿐 직원 인사권은 서울메트로 사장이 행사한다. 지하철 운영 외에 택지개발사업, 역내 상가 입찰 등 ‘알짜배기’ 이권을 갖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역내 상가 입찰을 할 때마다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메트로 복수노조의 ‘노노 갈등’으로 각종 투서와 고발도 이어진다. 지하철 공사통합을 반대하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강성 노조’의 행태는 잘 알려진 얘기다.

시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가 서울메트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골칫덩어리였던 서울메트로 상대 업무는 서로 맡지 않으려고 떠넘기는 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용역업체 선정 및 부대사업 추진 과정에서 더 큰 비리가 터질 수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서울메트로는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어 경영지원본부장과 기술본부장 등 임원 두 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직원 다섯 명을 직위 해제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반적인 조직 혁신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에 자체 혁신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치 생명을 걸고서라도 서울메트로 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이유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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