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바이오클러스터 전쟁 (2)
세계 최다 바이오 특허
200여개 기업에 5만여명 근무…대학·글로벌기업·벤처 협업
스탠퍼드대 출신 등 인재 몰려…제넨테크 연 20조 매출 '대박'
[ 조미현 기자 ]
‘생명공학의 탄생지.’
5일(현지시간) 사우스샌프란시스코시 오이스터 포인트 대로로 들어서니 동그란 원 안에 유전자 모양으로 된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제넨테크, 암젠 등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의 상징이다. 이날 기자와 동행한 마이클 라펜 사우스샌프란시스코시 경제지역개발부 담당관은 “샌프란시스코는 생명공학의 탄생 정신이 살아 있는 곳”이라며 “200여개 글로벌 기업과 벤처기업에서 약 5만명이 근무하며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인력, 물류 등 최고 조건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는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202만㎡ 규모의 클러스터에는 제넨테 ? 암젠, 서모피셔사이언티픽 등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는 1976년 둥지를 튼 바이오 기업 원조격인 제넨테크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바이오 기업과 연구개발(R&D) 센터, 전문 인력이 몰려들어 형성됐다. 벤처캐피털(VC: 벤처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기관)들도 발 빠르게 찾아왔다. 작년 기준으로 이곳 바이오벤처에 투자된 금액은 18억달러에 이른다.
세계적인 바이오클러스터로 성장한 것도 ‘대학(연구기관)-글로벌 기업-벤처’로 구성된 바이오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구축됐기 때문이다. UC샌프란시스코, UC버클리, 스탠퍼드 등 인근 명문대를 중심으로 생명공학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클러스터 내 기업들은 대학 및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클러스터 기업이 등록한 특허만 8851개에 이른다. 전 세계 바이오클러스터 가운데 가장 많다. 항공·물류 등 사회기반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연 20조원 매출 기업 입주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의 대표기업은 제넨테크다. 제넨테크는 연매출 20조원을 올리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절대 강자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로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과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로 개발 중인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 모두 제넨테크가 만든 의약품이다.
이 같은 가치를 인정받아 다국적 제약사 로슈는 지속적으로 지분 투자를 확대해왔다. 로슈는 2009년 남아 있던 지분 44%를 478억달러(약 57조원)에 전량 사들였다.
로슈에 인수된 이후에도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제넨테크는 최근 방광암 치료제 테센트릭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받았다. 직원 네 명으로 시작한 제넨테크는 현재 1만3720명을 고용하고 있다.
○市, 인프라 투자에 3억弗 투입
시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세계적인 바이오클러스터로 거듭났다. 사우스샌프란시스코시는 바이오클러스터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억달러(약 3500억원)를 투자해 교통, 정수시설 등 인프라를 개선했다. 주말에도 아일랜드와 독일 등 외국 바이오 관계자들을 초청해 바이오클러스터 입주를 독려하고 있다.
마크 아디에고 사우스샌프란시스코 시장은 “클러스터를 지금보다 55만㎡ 정도 더 늘릴 계획”이라며 “뛰어난 입지, 연구 인프라를 갖춘 세계 바이오클러스터의 중심지”라고 강조했다.
사우스 샌프란시스코=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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