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맥킨지…30년간 '비밀펀드' 운영

입력 2016-06-06 18:14
컨설팅사인가, 헤지펀드인가

자사 고위직 투자금 50억弗 운용…부서 존재 자체 월가에서도 몰라
딱 한번 손실…2014년 수익률 14%
내부정보 이용 드러날 땐 파장


[ 뉴욕=이심기 기자 ]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지난 30년간 회사 고위직을 위해 50억달러 규모의 비밀펀드를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사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업 윤리를 둘러싼 이해상충 논란이 일고 있다.

○30년간 공개되지 않은 내부 펀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맥킨지가 1985년부터 회사 내부에 별도의 투자부서(MIO)를 두고 전·현직 파트너(재임기간 동안 회사의 지분을 갖는 최고위 임원)를 위한 펀드를 운용해왔다고 6일 보도했다. MIO는 최고위직과 자문위원 등 1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감독을 받고 있지만 월가에서조차 MIO의 운영방식은 물론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고 FT는 전했다.

맥킨지는 약 9000명의 컨설턴트를 거느린 세계 최대의 전략 컨설팅 회사다. 전 세계 60개국에 걸?109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신사업과 구조조정 등에 대해 주요 글로벌 기업에 자문을 해준다. 고객 회사 내부 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위치다.

맥킨지 출신으로 기업 경영자가 된 사례도 적지 않다. ‘맥킨지 패밀리’ ‘맥킨지 동문’으로 불린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와 이안 데이비스 롤스로이스 회장,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대표적이다. 퇴직한 임원도 MIO의 펀드에 투자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FT에 “지금껏 컨설팅 회사가 내부에 투자펀드를 운용한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맥킨지가 자사 출신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핵심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철학으로 삼고 있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이해상충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맥킨지는 이에 대해 “MIO는 철저히 ‘블라인드 트러스트(백지신탁)’ 방식으로 운용되며 MIO와 컨설팅 부서 간 방화벽이 철저하다”며 고객이나 동문 정보를 가지고 투자했을 가능성을 부인했다. MIO는 회사 고객이 누군지,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지 알지 못하며 반대로 컨설턴트들도 MIO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전혀 접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5년간 마이너스 수익률 단 한 번

MIO의 운용자산은 95억달러(약 11조26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전·현직 파트너의 투자금과 직원들의 퇴직연금이 각각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파트너의 경우 최소 투자금액이 100만달러(약 11억8600만원)다. 이들은 대신 무료로 투자자문 서비스를 받는다. MIO를 설립한 론 대니얼은 FT에 “우수 인재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펀드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MIO는 다양한 전략과 상품에 분산 투자하기 위해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s)’ 형태로 운영된다. 또 12개의 트레이딩 부서를 직접 운영한다. 지금까지 실적은 시장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다. FT는 MIO의 대표 펀드인 ‘컴퍼스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가 설정된 25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 기간 동안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해가 다섯 번 있었던 것과 비교해 뛰어난 성과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등락하면서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이 3%에 그친 2014년에도 14%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거뒀다.

토드 티베츠 MIO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당시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외부 펀드매니저를 통해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하고, 내부 트레이딩 부서가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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