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휩쓴 '충청 대세론' 뜯어보니…

입력 2016-06-06 13:21
수정 2016-06-07 11:11
(김은정 금융부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충청 출신 전성시대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4·13 총선 이후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을 이끌 요직에 충청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면서죠.

지난달 임명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표적입니다. 이 실장은 충북 제천 출신입니다. 20대 총선에 당선돼 4선 고지에 오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충남 공주 출신이죠. 최근 대권 도전을 시사한 반기문 UN 사무총장 역시 충북 음성 출신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영호남 지역 구도 속에서 충청권 출신이 국민 통합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충청 출신 전성시대가 사실 정치권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닙니다. 이미 금융권에는 충청 출신이 적잖게 포진해있습니다.

은행권에만 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해 5명의 최고경영자(CEO)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이 순으로 보면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64)부터 꼽을 수 있습니다. 충남 보령 출신인 김 회장은 최근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에 집중된 농협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여신 구조 개선과 함께 지점 통폐합과 신규 채용 최소화 등 각종 비용 절감 방안을 고민하고 있죠.

박종복 SC제일은행장(61)은 충북 청주 출신입니다. 박 행장은 제일은행이 2005년 영국?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에 인수된 뒤 10년 만에 배출한 첫 내국인 출신 행장입니다. 영국 본사를 끈질기게 설득해 상징성이 담긴 ‘제일’ 명칭을 은행명에 부활시키기도 했고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60)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충청 출신 CEO 중 한 명입니다. 충남 부여 출신으로 금융권에서 손꼽히는 ‘영업통’으로 불립니다. 작년 9월 옛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포용의 리더십을 갖춘 ‘덕장(德將)’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충남 천안 출신 이광구 우리은행장(59)과 대전 출신 조용병 신한은행장(59)도 대표적인 충청 출신 은행권 CEO이고요.

여기에 지난달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담당 부원장보에 대전여상을 졸업하고, 충청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천경미 전 KEB하나은행 전무까지 임명되면서 금융권 충청 대세론이 더욱 힘을 얻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옅은 데다 특유의 친화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충청 출신만의 강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나지 않았지만 결단력과 강단을 지닌 점도 충청 출신의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하네요.

따지고 보면 충청 출신이기에 갖춰진 장점이 아니라 수 없는 시행착오와 노력, 수십 년에 걸친 현장 경험을 통해 쌓여진 경쟁력이겠지만 말입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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