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역 4번 출구 옆 골목…간판 없고 테이블은 9개 뿐
"손님과 속마음 터놓으며 친구돼…단골손님이 단골손님 부르더라"
[ 이정흔 기자 ]
서울지하철 5호선 마포역 4번 출입구 옆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간판도 없는 ‘실내 포차’가 눈에 띈다. 예전에는 ‘마포역 버들골’로 불렸지만 최근 간판을 아예 뗐다. 이 포장마차의 이름을 묻자 김수범 사장은 대뜸 ‘무제’라고 소개했다. 문자 그대로 ‘이름 없는 술집’이라는 뜻이다.
김 사장이 포장마차 운영에 뛰어든 것은 2년 전인 2014년 7월 무렵이었다. 지인이 운영하던 가게를 인테리어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넘겨받았다. 이곳은 복층 구조이며 30㎡ 남짓한 좁은 공간에 테이블 9개가 전부다. 원래 손님이 없던 가게를 물려받아 장사를 시작하고 첫 3개월간 하루 매출이 20만원도 안 되는 때가 많았다.
6개월쯤 지나자 가게 분위기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1주일에 한두 번씩 꾸준히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 사장이 가게를 넘겨받은 지 정확히 1년 만에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현재는 월평균 1000만원 이상을 거뜬히 올리고 있다.
김 사장은 “가게를 시작하고 1년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사람을 많이 얻었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마포역 상권의 특성상 주거지역에 가까이 있다 보니 퇴근길 혼자 술로 목을 축이려고 포장마차를 찾는 손님이 적지 않았다. 그럴 때면 김 사장은 이들과 함께 두런두런 살아가는 얘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손님과 주인의 관계를 넘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됐다.
김 사장은 가게를 홍보하는 데 따로 비용을 쓰지 않는다. 단골손님이 단골손님을 낳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단골손님만 100명이 넘는다. 의도적으로 ‘단골 마케팅’을 내세운 건 아니지만 주거지와 오피스를 끼고 있어 뜨내기손님이 적은 마포역 상권에 딱 들어맞는 영업 전략인 셈이다.
김 사장은 앞으로 장사가 더 잘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좁은 가게’를 유지할 생각이다. 가게가 커지고 손님이 많아지면 이 포장마차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질 것이란 점에서다. 그는 “우리 가게에서는 단골손님끼리도 쉽게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된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함’이야말로 수많은 단골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주재익 인턴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