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일 금융부 기자) 사정이 급하다고 간청해 돈을 빌려줬는데 빌려간 사람은 몇 년이고 돈을 갚지 않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돈을 돌려달라고 했을 때 ‘그냥 준 것 아니었냐’고 돌연 오리발을 내밀기도 하죠. 돈을 빌려준 사람은 배신감에 돈 빌린 사람을 사기로 고소합니다.
국내에서 이런 식의 고소·고발 사건이 정말 흔하다고 합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사기죄 고소·고발 사건은 2014년 기준으로 21만7266건에 이를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빌린 돈을 안 갚는다거나, ’돈을 받았지만 그 돈은 다른 명목으로 준 돈’이라고 주장하면서 벌어지는 고소고발이 전체의 50%를 넘나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돈을 갚지 않을 의도가 명확했다는 게 입증되야 사기죄가 되는데, 이를 증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돈을 갚을 생각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 사기 고소고발 사건의 80% 이상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력만 허비하게 만든 채 불기소 등 무혐의로 종결된다고 합니다.
이런 분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개인간에 돈을 주고 받을 때 번거롭게 차용증이나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핀테크 기술의 발달이 이런 분쟁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최근 재미있는 서비스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농협의 ‘NH핀테크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은 기브텍이 개인간 전자문서 첨부 안심송금 서비스 ‘두리안’을 출시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모바일 등으로 송금한 사실과 어떤 채권·채무 관계로 송금했다는 내용을 간편하게 증빙할 수 있습니다. 개인 간 송금 시 전자문서·서명을 통해 차용증서와 영수증 등을 자동으로 발행해주기 때문에 금전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컨데 송금하는 사람이 ‘빌려주는 돈’, ‘몇월 몇일날 빌린 돈을 갚는 것’이라는 꼬리표를 송금 기록에 남기고, 받는 사람이 확인해서 전자서명을 하면 일종의 계약서가 되는 셈입니다.
농협은행과 농협상호금융은 작년 11월 문을 연 NH핀테크지원센터에서 이 업체의 초기 사업계획서를 심사해 NH핀테크혁신센터에 입주시키고 지원해왔다고 합니다. 기브택은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농협 측은 두리안 서비스의 안심송금 기능을 개발할 때 농협은행이 제공한 출금이체, 입금이체 등 오픈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줬다고 합니다. 또 특허전문 협력사 비즈모델라인과 협업을 주선해 비즈지니스모델 특허 18건을 출원하고 2건을 등록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농협의 전자문서 첨부 안심송금 서비스 이용이 활성화 되면 금전 거래를 둘러싼 분쟁이 줄어들 지 주목됩니다. (끝) /hiuneal@hankyung.com
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