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 지식사회부 기자)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면서 여름 휴가 계획을 짜는 분들 많으시죠? 필리핀 세부, 베트남 다낭 등 해외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이중 필리핀은 한국인 방문객이 연 120만명에 달하고 한국 교민도 9만여명에 이르는 인기 여행지입니다.
‘관광 천국’ 필리핀은 ‘치안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총기 사용이 자유롭고 설사 강도·살인사건과 같은 강력범죄가 발생하더라도 범인은 잡지 못해 피해자 가족들은 울분을 터뜨리곤 했습니다. 매년 두 자릿수에 달하는 필리핀 내 한국인 피살사건은 두려움과 분노를 일으키곤 했죠.
지난 20일 필리핀 안티폴로 인근 타이타이에서 발생한 선교사 심모씨(57) 피살사건도 다들 마찬가지라고 여겼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일주일만에 피의자를 검거했습니다. 김씨의 집에서 불과 250m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던 피의자는 “술에 취해 심씨의 집에 들어갔다”며 “잠을 자고 있던 심씨가 소리를 질러 살해했다”고 범행 일체를 자백했습니다.
범인을 검거한데는 한국 경찰관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경찰청은 사건이 발생한 20일부터 26일까지 프로파일러, 현장감식가 등 수사 전문 ?3명을 필리핀 현장에 파견했습니다. 이들은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건물을 일일이 방문해 현장 주변 3곳의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CCTV 영상은 화질을 보정하고 피의자의 행동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심씨의 주변 거주자일 것이라는 추정에 이르렀습니다.
또 다시 미궁에 빠질 뻔한 한국인 피살사건은 한국 경찰관의 현장 감식과 CCTV 분석능력, 프로파일링 기법 등으로 일주일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필리핀에 파견된 ‘코리안데스크’가 현지 경찰과의 수사를 조율하면서 협업을 이끈 것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입니다. 경찰청은 필리핀 등에 한국인 관련 범죄 담당관인 ‘코리안데스크’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전문가 파견 등 적극적인 수사로 올해 발생한 필리핀 내 한국인 피살 3건 중 2건의 용의자를 검거했다”며 “필리핀 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는 반드시 검거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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