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반도체 전쟁' 한국 동참 요청한 미국
"중국 반도체 지원에 공동 대응"…일본·대만에도 제안
미국 "방치 땐 철강 꼴 난다" vs 중국 "반도체도 자급"
중국산 철강엔 초고율 반덤핑 관세 '사실상 금수'
[ 박수진 / 김현석 기자 ] 미국이 ‘산업의 쌀’ 철강과 반도체에서 중국에 전쟁을 선포했다. 가만 놔뒀다간 피해가 극심한 철강업계처럼 반도체업계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미국은 ‘전가의 보도’인 슈퍼 301조까지 부활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반도체펀드는 불공정”
반도체는 2013년 원유를 제치고 중국의 1위 수입품이 됐다. TV 스마트폰 노트북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중국은 매년 2000억달러어치가 넘는 반도체를 수입한다.
이런 반도체의 수입이 끊기기라도 한다면 산업 생산이 멈출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인식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독립’을 목표로 2014년 반도체펀드를 출범시켰다. 정부와 국영기업, 국책은행 등 16개 기관이 작년 말까지 220억 玭??출자했다. 2020년까지 560억달러를 모을 계획이다. 이 중 4분의 1가량을 정부가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조성된 펀드는 반도체 기업에 투입되고 있다. 지난 3월 XMC가 착공한 우한 3차원(3D) 낸드플래시 공장에 상당액이 들어가고 있다. 작년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반도체회사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한 배경에도 이 펀드의 투자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올초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 반도체펀드가 WTO에서 금지하는 국가 보조금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WTO는 정부가 보조금을 특정 기업에 직접 주면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WTO를 통해 중국에 각종 지원 정책의 실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이를 보고하면 보조금 금지 규정을 어겼다고 문제삼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또 한국 일본 대만 중국 유럽연합(EU) 등 6개국으로 이뤄진 세계반도체협회(WSC) 차원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독일에서 열릴 WSC 산하 ‘반도체생산국 민관합동회의(GAMS)’에서 ‘중국의 반도체펀드가 시장질서를 위반하는지’를 의제로 채택해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 칭화유니가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업체 인수합병(M&A)을 시도하자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조사를 통해 무산시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미국이 중요시하는 사이버 안보와 관련 있는 핵심 품목”이라며 “중국도 반도체 자급은 안보와 관련한 문제라는 입장이어서 이번 싸움은 G2 간 본격적 헤게모니 다툼으로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철강 사실상 수입 중단
미국은 철강에서도 대(對)중국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 중국산 냉연강판에 522%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로 한 데 이어 26일 내부식성 철강제품(도금판재류)에도 최대 45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례적인 초고율 관세로, 사실상 수입 금지령이다.
또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강철을 포함한 40개 업체를 가격 담합 혐의 등으로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39년 만에 처음으로 관세법 337조를 근거로 하는 조사다. 혐의가 확정되면 해당 물품의 수입배제 명령과 유통 중인 제품의 압류 및 판매정지 명령도 내릴 수 있다. 27일 일본 도쿄에 모인 주요 7개국(G7) 정상이 “중국의 보조금 폭탄으로 철강 공급과잉이 일어났다”고 비난한 것도 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철강업계는 중국을 상대로 강력한 무역 보복을 요구하고 있다.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무역 보복은 현실화할 조짐이다.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2014년 8억2270만t으로 세계 생산량의 절반에 달한다. 중국은 이 중 1억t 이상을 덤핑 등을 통해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토머스 깁슨 미국 철강협회 회장은 “2015년부터 1년 반 동안 미국 철강업계에서 1만35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올 5월 설비 가동률은 70%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업계 1위인 US스틸은 지난달 공장 2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KOTRA 워싱턴무역관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행정명령을 통해 ‘슈퍼 301조’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슈퍼 301조는 일방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통상 보복 무기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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