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후반 국정동력 유지 위해 '강수'
예상 깬 조기 거부권 행사
"20대 국회서 거부권 행사 땐 여러가지 논란 생길 수 있어"
[ 박종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임기 말 국정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정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개정안을 19대 임기 내에 정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뀐 20대 국회에서 각 상임위 청문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 현 정부의 주력 정책들에 제동이 걸리고, 결국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렸다. 지난 19일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청와대가 ‘행정부 마비법’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이 국회에 내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박 대통령의 두 번째 거부권 행사로 이어진 셈이다. 야당의 협치 파기 경고까지 감수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이다.
당초 박 대통령 순방 중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31일 국무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27일 국무회의로 시점을 앞당긴 것은 19대 국회 임기 내 절차를 마무리짓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원 임기 만료 전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幣?법안은 자동 폐기된다는 ‘헌법 제51조’를 앞세워 19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정리함으로써 20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예상되는 여러 가지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20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20대 국회에서 본회의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등의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19대 국회가 막을 내리기 전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법률안은 19대 임기만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되고, 20대 국회가 재의결할 수 없다”는 법제처의 해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매달 30일에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를 하면 20대 국회 소관이 되므로 아예 이런 가능성 자체를 차단했다”고 비판했다.
거부권 행사를 미루다 자칫 여소야대 정국에서 ‘법안 재의결’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관측이다. 20대 국회에서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의 167표에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등 이탈표까지 가세하면 재의결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을 충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