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제멋대로 입법’ 횡포가 점입가경이다. 지난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무려 130여개 법안이 벼락치기식으로 통과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그런데 한경이 이렇게 ‘슬쩍’ 통과된 법안을 검토한 결과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법안이 하나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해외 직구를 사실상 전면 금지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이다.
개정법 12조5항은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구매·배송대행을 금지하고 위반 시 300만원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해외직구를 통해 국내 판매가의 절반 이하로 살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셈이다. ‘국민 보건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업계 이익을 위해 소비자 권익을 외면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해외 직구 이용자들은 이 법을 ‘단통법’에 비유해 ‘안통법’으로 부르며 불만을 터뜨릴 정도다.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절차를 정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본회의 통과 불과 1주일 만에 180도 반대 방향으로 재개정 논의가 일고 있다.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인권 보호 등을 이유로 강제입원을 어렵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 적용 대상 정신질환자의 범위와 강제 입원 요건을 모두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울 강남 ?살인사건이 터지자 이번에는 입원명령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관성도 원칙도 없이 시류에 좌우되는 ‘오락가락 입법’의 전형이다.
국회가 일반 국민이 아니라 특정 직역과 이익단체, 그리고 국회의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집단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국민 대표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있다. 각계의 거듭된 호소에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를 위해 시급한 법안은 외면한 채, 오직 잇속과 민원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게 지금의 국회다.
그것도 모자라 국회의 권한을 끝없이 확대하기 위한 국회법 개악은 대체 멈출 줄을 모른다. 지난주 본회의를 통과한 법 중에는 국회 상임위가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 조사를 요구하면 3개월 안에 권익위가 결과를 국회에 보고토록 한 국회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어제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권력의 무한증식을 겨냥한 수많은 시도 중 하나일 뿐이다. 정부의 권력과 횡포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대변해야 할 국회가 정부와 국민에게 무소불위의 횡포를 부리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어제 정부는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거부해야 할 법이 하나둘이 아니다. 정말 국회는 왜 이런 이상한 단체가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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