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로 소득 올리기 쉽지 않아
월세 받는 상가 등 마련한 뒤 나머지로 귀농생활에 투자해야
'촌테크'는 부동산 재테크와 같아
입지 선택은 자기 목적에 맞게
땅 사기 前 장단점 꼼꼼히 파악을
[ 조수영 기자 ]
“귀농·귀촌을 할 때는 전원생활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재테크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강원 산골에서 직접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귀농·귀촌, 전원생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박인호 씨(53·사진)는 25일 “인생 2막으로서의 귀농·귀촌은 노후 안정성과 직결된 만큼 재테크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경제신문 기자 출신의 7년차 농부다. 강원 홍천에서 5785㎡ 땅에 집과 창고, 비닐하우스 등을 짓고 각종 농작물을 유기농으로 기르고 있다. 22년간 경제신문 산업부, 부동산부 기자를 지낸 ‘경제통’이었고 3년여간 준비를 거쳐 시작한 귀농이었지만 그 역시 초기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었다. “귀농생활의 일차적인 걸림돌은 소득 문제입니다. 억대 소득을 거둔다는 농부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사실 농사로 소득을 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소득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 상당 부분 기대치를 더 내려놓아야 했지요.”
이 같은 이유로 그는 ‘인생 2막’으로서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도시에서의 부동산을 다운사이징해서 일부는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을 마련하고 나머지로 귀농생활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농·귀촌을 위한 ‘촌테크’는 부동산 재테크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박씨 생각이다. 그는 “전원생활에서도 기본은 ‘입지’”라고 강조했다. 입지 선정은 전원생활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단독주택과 밭을 고르려면 지역 선택부터 개별 터, 방향, 주변 택지 및 밭 구성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기존의 부동산 재테크보다 더 종합적이고 포괄적·입체적·고차원적인 입지 선택이 필요하지요.”
대표적인 예가 강이나 계곡 옆 부지다. 전망이 좋아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에서 좋은 입지로 평가받지만 전원생활을 하는 데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강이나 계곡 옆은 침수, 자연재해 가능성이 크지요. 겨울이면 한파가 몰아치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강풍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강 옆은 일반적으로 습도가 높다는 점도 전원생활을 하기에 단점으로 꼽힙니다. 잠깐 머무르는 손님을 위한 펜션 부지로는 좋지만 그곳에서 일상을 보내야 하는 전원생활에는 적절치 않은 입지지요.”
농지에 포위된 땅 역시 마찬가지다. “도시인들은 농지에 둘러싸인 땅을 보며 ‘봄에는 녹색 작물로부터 생명의 기운을, 가을에는 결실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2~4월까지 두엄 냄새에 시달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작물을 키우기 위한 농약이 내 집으로 바람을 타고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농촌에서 농사는 말 그대로 일상적인 생활이기 때문에 자칫 나의 전원생활에 ‘악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이들이 저렴하고 좋은 땅을 고르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그는 우선 “다른 사람에게는 단점이지만 나에게는 단점이 아닌 땅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에만 맞다면 중요하지 않은 단점은 과감하게 극복하라는 얘기다. “유기농 농사를 짓기 위해 귀농하는 사람이라면 산지에 둘러싸인 땅이 좋지요. 산지에는 무덤이 몇 기 있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꺼리지만 가격이 다소 저렴한 데다 무덤이 양지바른 곳에 있기 때문에 전망과 향이 좋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오히려 농지에 둘러싸인 땅은 주변에서 농약이 날아와 유기농업에는 최악의 땅입니다.”
두 번째로 국유지, 국유하천 등 덤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딸려 있는 땅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전 국토의 64%가 임야인 한국에서는 국유림, 국유하천 등 어느 정도 관행적으로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땅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대판 미인’이 될 수 있는 땅을 권했다. “불쑥 솟아 있거나 꺾인 땅은 예전에는 안 좋은 부지로 봤지만 지금은 땅 고르는 작업을 통해 얼마든지 다듬을 수 있습니다. 낙엽이 다 진 겨울에 가서 그 땅의 ‘민낯’, 지세를 보고 이 땅이 다듬어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터인지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같은 내공이 하루이틀에 쌓이지 않는다는 점이 장애물이다. 박씨는 “많이 보는 만큼 늘고, 서두르면 당한다. 땅을 사기 전에 이 터가 계절마다 어떻게 모습이 바뀌는지, 여기서 생활하면 내 가족의 생활이 어떻게 바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최근 자신의 귀농 노하우를 담은 책 《전원생활 촌테크》(동아일보사, 264쪽)를 펴냈다. 그에게 이제 7년째를 맞은 귀농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다. “100점 만점에 저는 80점, 아내는 120점을 줍니다. 소득은 4분의 1로 줄었지만 스트레스는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이 정도면 인생 비즈니스로 성공한 것 아닌가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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