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인공지능 변호사' 선보인 박효연 헬프미 대표
코딩 공부하며 프로그램 설계
소장 대행료 10분의 1로 줄여
법인등기·부동산 등으로 확장
민간에 법률정보 공개 늘려야
[ 고윤상 기자 ]
“인공지능(AI) 변호사가 지난 수십년간 제자리를 맴돌던 법률시장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겁니다.”
국내 최초로 ‘AI 변호사’ 서비스를 내놓은 헬프미의 박효연 대표변호사(34·사법연수원 39기·사진)는 24일 기자와 만나 “법률산업에 혁신을 일으키고자 첫걸음을 뗐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변호사들이 모여 시작한 법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헬프미는 지급명령 신청서를 AI가 대신 써주는 ‘지급명령 헬프미’ 서비스를 다음달 27일부터 시작한다. 지급명령은 대여금, 용역대금, 체불임금 등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을 대신해 법원이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강제하는 제도다.
박 변호사는 2010년 법무법인 율촌에 입사했다. 일하면서도 기존에 짜인 틀을 깨고 어떻게 해야 고객을 더 만족시킬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5년 만에 로펌변호사 명함을 버리고 지난해 6월 스타트업 헬프미를 차렸다. 헬프미가 처음 선보인 것은 변호사와 고객을 이어주는 매칭 서비스였다. 하지만 사건을 중개하면서 수수료를 받으면 변호사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어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또 다른 사업을 모색하던 박 변호사의 눈에 들어온 것이 알고리즘을 이용한 AI였다.
박 변호사는 AI 개발을 위해 컴퓨터공학 전문가 2명, 변호사 3명과 함께 5개월간 머리를 맞댔다. 프로그램 설계는 박 변호사가 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코딩을 공부했다”며 “알파고도 바둑을 잘 아는 사람이 프로그램을 설계했듯이 법률을 잘 아는 변호사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가 AI를 도입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법조계 일부에서는 ‘AI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회의적 의견과 ‘변호사 밥그릇만 뺏는 꼴’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AI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수 없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박 변호사는 “AI가 오히려 더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알고리즘을 통해 수만 가지 사례 중 의뢰인에게 맞는 사례를 찾아 맞춤형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급명령 신청서 작성 대행 요금은 3만9000원. 현행 약 33만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인건비를 절감한 덕분이다. 그는 “다른 산업이 새로운 도구를 개발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동안 법률시장은 아무런 변화 없이 버텨왔고 그 결과 침체됐다”며 “AI 도입으로 법률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소비자가 혜택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가 내놓은 AI는 ‘지급 疵?신청’만 가능한 걸음마 단계다.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법인등기나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 자금상 우려는 적다는 게 헬프미 측 설명이다. 헬프미 같은 법률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장애물은 ‘정보 부족’이다. 국내에서는 민간에 공개된 법률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매년 수백개의 법률 스타트업이 쏟아지는 미국에서는 모든 판결이 공개된다”며 “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세계 법률산업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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