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장들의 일자리' 기억해야

입력 2016-05-24 17:48
김용태 < 새누리당 국회의원 ytn@na.go.kr >


지난 3월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1차 대국이 열렸다. 이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4차 산업혁명’ 얘기가 나오기까지 엿새가 걸렸다. 국무회의 이틀 후 정부가 대통령 주재 민·관 합동 과학기술전략회의 신설을 비롯한 지능정보산업 관련 종합육성정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전략을 기획하고, 관련 실행 정책을 마련하는 데 단 1주일 정도만 소요된 셈이다.

그 짧은 시간에 각 부처가 지혜를 모아 전략을 수립하느라 쏟은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 학계와 업계는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지난 2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공유경제 전략’을 내놓았다. “공유경제를 새로운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당찬 포부에도 불구하고 “숙박과 차량 등 일부 분야에 선언적 도입을 위한 규제 완화에 그쳤다”는 비판이 있었다. “서비스 신산업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기존 산업과의 갈등구조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였다.

4차 산업혁명이란 신기루 같은 얘기에 앞서 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장 5만명의 가장이 직장을 잃는다면?” “90조원에 달하는 돈이 허공에 날아가 그 자리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면?” 허황된 가정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앞둔 한국 조선업과 해운업의 현실이다. 정부는 1주일 만에 4차 산업혁명 얘기를 발표할 정도의 역량과 집중력을 조선업 및 해운업의 현안에도 쏟아야 한다.

국회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진정성 있게 부딪혀야 한다. 그런데 여소야대와 3당 체제에서 각자도생할 방식만 모색할 뿐이다. 제20대 국회 개원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 개원 협상에 걸린 기간은 평균 65일이었다. 18대 국회의 경우 89일, 19대 국회는 41일이 걸렸다. 지난 국회처럼 ‘골든타임’을 놓쳐 버릴 것인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건 정신병 초기 증세”라던 아인슈타인의 말을 되새기자. 신산업 육성에서부터 조선업, 해운업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국민 가장들의 일자리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분명 직무유기다. 18대, 19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하늘만 멍하니 쳐다볼 것이라면 정신병 상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김용태 < 새누리당 국회의원 ytn@na.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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