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점포 늘리는 은행들…'방판법'에 막혀 '반쪽 영업'

입력 2016-05-24 17:34
수정 2016-05-25 05:12
방판법 적용 땐 2주내 계약 철회 가능

ISA 같은 원금 비보장 상품 판매 어려워

공정위, 불완전판매 우려에 '예외 불허'


[ 김은정 기자 ] 은행들이 이동점포 등에서의 금융상품 판매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법을 개정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하고 나섰다. 방문판매법 적용을 받으면 소비자는 계약 후 14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해 일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은 이동점포에서 판매하기 어렵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는 회원 은행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달 말 공정위에 ‘금융회사 이동점포 등에 대해 방문판매법 적용을 제외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도 지난 23일 열린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영업점 등 대면 채널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스마트폰, 인터넷 등 비(非)대면 채널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태블릿PC나 이동식 영업지원 단말기 등을 활용한 서비스도 앞다퉈 내놓고 있다. 2014년 말 7400여개였던 국내 은행의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7200여개로 줄었다.

하지만 비대면 채널을 통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원금변동 상품을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업소, 대리점, 지점, 출장소 등 명칭에 관계없이 고정된 장소에서 3개월 이상 영업하지 않는 상품 판매는 방문판매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비자는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일단 계약하고 나서 손실이 나면 14일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손실은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금융상품은 사실상 예·적금과 대출 등에 한정돼 있다”며 “이동점포는 전산장비와 인력 등을 완비해 영업점 요건을 갖췄지만 단지 고정된 장소에서 영업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보험설계사를 주요 영업 채널로 하고 있는 보험상품 계약은 이미 방문판매법 적용에서 제외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방문판매법 개정에 부정적이다. 불완전판매가 우려돼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방문판매법은 은행 등 금융회사뿐 아니라 화장품, 정수기 등 다양한 업종에 적용돼 특정 업종에만 예외를 두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과 증권회사가 판매하는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금융상품을 방문판매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불완전판매 우려 때문이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의 주요 영업 채널이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방문판매법이 아닌 은행업법 등으로 이동점포에 대한 소비자 피해 문제를 관리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영업채널 다양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방문판매법 개정은 국회와 공정위를 중심으로 충분히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 방문판매법

방문 판매, 전화 권유 판매, 다단계 판매 등과 관련한 거래에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 영업소, 대리점, 지점, 출장소 등 명칭에 관계없이 허가받은 고정된 장소에서 3개월 이상 계속적으로 영업하지 않으면 방문판매법 적용을 받는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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