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소 찾아간 여야 대표, 노조 들쑤셔 어쩌자는 건가

입력 2016-05-23 17:41
어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일행,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일행 등이 서로 경쟁하듯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경남 거제 대우조선소를 잇달아 방문해 노조 협력사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여기에 국민의당, 정의당 등도 곧 찾아갈 것이라고 하고 시민단체 등도 가세하려는 모양이다. 정치권은 이번 조선소 방문이 민생 정책 행보라고 말하지만, 가뜩이나 험로인 조선업 구조조정을 더 꼬이게 하지나 않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어제 방문만 해도 그렇다.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용기있게 말하는 정치인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구조조정은 조선산업과 나라경제를 말아먹는 행위’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하라’ 등 온갖 구호가 난무하고 있는 판에 정치인들은 오히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들과 나란히 앉아 이들의 환심을 사지 못해 안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새누리당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포함해 동원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쏟아내기 바빴다. 여당이 나서서 해고를 막기라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노조의 생각을 들은 뒤 야당의 대응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노조 대변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선 3사가 자구계획안을 제출함에 따라 이번 주부터 본격岵?노사갈등이 예고된 터다. 현대중공업 노조, 대우조선 노조 등은 이미 강력 투쟁을 선언해 놓은 상태다. 대우조선은 특수선 분할 매각 등 자구계획을 백지화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현장으로 달려가 노조를 들쑤셔서 어쩌자는 건가.

정치권은 과거 외환위기 직전 기아차 사태를 벌써 잊은 모양이다. 당시 정치권이 국민기업 운운하며 노조 등에 동조하면서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고 결국 경제 전체의 파국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공연히 이런저런 훈수를 둔답시고 나섰다간 구조조정을 망칠지 모른다. 정부가 할 일이 있고 정치권이 할 일이 있다. 과거와 같은 사태를 재연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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