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패러다임 바꿀 4차 산업혁명
종전과는 다른 혁신의 청사진 필요
감성·지성의 공동협력체제 갖춰야"
이상철 < LG유플러스 고문 >
신은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은 컴퓨터를 만들었다. 다만 신은 인간이 넘지 못할 심연을 만들어 흔들리지 않는 신의 지위를 누려왔지만 인간은 미처 그런 생각을 못 하다 ‘알파고’에 역습을 당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 간의 대국 소식이 화제를 모으고 있을 때 필자는 한 언론사 기고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시대를 넘어서서 사물(Things)이 두뇌(Brains)로 바뀌는 두뇌인터넷(IoB·Internet of Brains) 시대가 오면 언젠가는 컴퓨터가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도 이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의 컴퓨터들이 네트워크로 협력해 하나의 두뇌처럼 작동한다면 어떤 고수도 IoB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세돌 9단이 1200여개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연결돼 컴퓨터 4000대가 합친 역량을 지닌 알파고에 거의 일방적으로 패하는 모습을 보니 IoB의 시대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우리 곁에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IoB가 가져올 혁신은 우리가 경험해온 혁신과는 전혀 다른 차원일 것이다. 지금까지 혁신의 주체였던 사람이 물러나고 상당부분을 기계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가 주도하는 혁신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기계가 주도하는 미래 혁신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멋진 세상으로 만들 수도 있고 매우 황폐화해 도저히 살기 어려운 세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혁신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도 자동화 등으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해 나감으로써 일자리를 빼앗아 왔고,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훨씬 편리해졌지만 발달한 정보시스템으로 인한 한계비용의 급격한 하락은 고용 없는 성장과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의하면 현존하는 일자리의 약 50%가 20년 안에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컴퓨터를 통해 지식을 축적한 기계가 주도할 미래 혁신은 인류의 대처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미래 인류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축복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스마트 이노베이션’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이상문 네브래스카대 석좌교수와 임성배 세인트메리대 교수가 공저한 《메타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이 스마트 이노베이션의 달성을 위해 새롭게 창조한 공동혁신 모형은 ‘폐쇄적 혁신→협력적 혁신→개방형 혁신’으로 진화해온 혁신의 미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따로 단편적으로만 다뤄져 온 융합(convergence), 공동창조(co-creation),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고 어떻게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공동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지를 창의적 시각에서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경쟁의 시대’를 넘어서 ‘공동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웬만한 일이나 판단까지도 모두 컴퓨터가 처리하는 IoB 시대에선 경쟁의 결과로 어떤 큰 차이를 가져오지 않을 뿐 아니라 요새처럼 글로벌 경제규모가 위축되는 시대에선 공유경제만이 해결책이 되기 때문이다. IoB는 소유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시대에서 사용할 때만 소유하는 ‘소유의 나눔’ 시대로 바꿔놓는 역할까지 할 것이다. 공동 협력체제는 IoB 시대 인류의 현명한 생존전략이다. 컴퓨터를 넘어선 인류의 새로운 감성과 지성의 공동체 네트워크가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다.
이상철 < LG유플러스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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