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청구 공사금액 15조…건설주 '후덜덜'

입력 2016-05-22 19:25
삼성엔지니어링 6890억·대우 5373억…대규모 손실 처리 우려

'실적쇼크 악몽' 못 벗어나나
9개 건설사 미청구공사 합계 작년말보다 4.7% 늘어
현대건설·대림산업 등은 상대적으로 '위험' 적어


[ 김익환 기자 ] 주요 9개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합계액이 올 들어 1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청구공사는 계약할 당시보다 늘어난 공사비용 등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이를 회수하지 못하면 손실로 처리되기 때문에 건설사의 ‘부실 뇌관’으로 평가된다. 해외수주 부실로 2013년 이후 매년 실적쇼크를 반복했던 건설사들이 미청구공사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엔지니어링·대우건설, 손실 우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건설업종지수는 전날보다 1.67% 오른 113.84에 마감했다. 이날 저가매수가 몰리면서 상승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10.14% 떨어졌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이 19.37% 급락한 것을 비롯해 현대건설(-15.3%) 현대산업개발(-15.25%) 대림산업(-13.56%) 대우건설(-7.4%) GS건설(-4.8%) 등 주요 건설주들이 내리막을 걸었다.

12월 결산법인이 지난 16일 ┚銖?1분기 보고서부터 미청구공사 관련 정보를 주석에 공시하면서 건설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당초 해외 저가수주 등에 따른 건설주 실적부진이 마무리됐다고 여겨졌지만 미청구공사 관련 공시 분석 결과 ‘위험성’이 여전히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9개 건설사의 지난 1분기 미청구공사 합계는 14조939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기업 가운데 비상장사는 제외하고 비상장사 가운데 지주회사가 대주주인 SK건설과 한화건설은 포함한 결과다. 작년 말 미청구공사 합계(14조2641억원)보다 4.7% 늘어난 규모다.

미청구공사는 발주처가 설계방법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발생한 추가 공사비용 등을 말한다. 국제 유가의 갑작스런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일부 중동의 발주처들이 관련 공사대금 지급을 늦추거나 제값을 쳐주지 않아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 대형 건설사 일부는 이런 이유로 작년과 재작년 미청구공사 금액 일부를 손실로 처리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공사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저가 수주’로 추정되는 등의 미청구공사는 손실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손실로 회계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미청구공사는 삼성엔지니어링이 6890억원에 달해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대우건설(5373억원) GS건설(3143억원) 대림산업(439억원) 현대건설(196억원) 순으로 많았다.

◆한화건설, 이라크 사업 ‘촉각’

비상장 건설사인 SK건설과 한화건설 실적은 그간 들쭉날쭉했다. SK건설은 2014년 177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작년에는 28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한화건설은 작년과 재작년 각각 4416억원, 346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양사는 중동 사업장에서 발생한 미청구공사 금액이 손실로 전환하면서 실적을 깎아먹었다.

SK건설 모회사 SK(주)와 한화건설 모회사 (주)한화는 그간 수천억원의 자금을 건설 자회사에 쏟아부었다. 1분기 말 SK건설의 미청구공사는 1조326억원, 한화건설은 7358억원에 달하는 만큼 SK와 한화의 건설사업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즈마야 주택 사업 관련 미청구공사는 3709억원에 달한다”며 “이 사업은 미분양에 따른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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