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박스권 증시] 55일간 변동폭 1% 넘은날 고작 3일…꽉 막힌 '무변동 장세'

입력 2016-05-22 18:18
박스피 심화시킨 4가지 이유

(1) '전·차' 성장 정체 등 주도업종 실종
(2) 내수 꽁꽁…단기 경기부양책 힘 못써
(3) 미국 금리·브렉시트 등 대외변수 부담
(4) 2000선만 넘으면 펀드 환매 쏟아져


[ 최만수/고은이 기자 ] 코스피지수가 작년 말 종가(1961.31)에도 못 미친 1947.67에마감한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객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60~70대 투자자 몇 명만이 전광판을 보고 있었다. 조형섭 씨(71)는 “30년째 주식투자를 했지만 요즘처럼 재미없는 장은 처음 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코스피지수 하루 등락률이 0%대에 머무는 ‘무변동 장세’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축구에 비유하면 미드필드에서 지루한 공방만 계속되고 있다.

◆사라진 주도업종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 코스피지수 횡보와 역동성 상실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증시를 주도해온 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의 성장이 정체된 와중에 화장품 바이오산업 등은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기엔 규모나 영향력이 아직 미약하다는 진단이다. 해운·조선업계 구조뗍?이슈가 불거진 것도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운·조선업을 일찍 구조조정했더라면 코스피지수가 다시 상승하는 ‘나이키 커브’를 그릴 수도 있었겠지만 타이밍을 놓쳤다”며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과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전방위적 개혁 없이 박스권 탈출은 힘들다”고 지적했다.

◆약발 안 먹히는 경기부양책

정부의 단기 경기부양책 효과가 사라진 것도 올해 주가를 정체시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완화, 소비활성화 대책 등을 동원해 부양에 나서자 작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2%까지 급반등했다. 하지만 이 효과도 잠시 반짝했을 뿐, 올 1분기엔 성장률이 다시 0.4%로 주저앉았다. 내수가 얼어붙자 작년 증시를 받쳤던 식품주 유통주 등도 올 들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위력 커진 대외 불확실성

줄지어 예정된 글로벌 변수도 주가 상승을 막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 미국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는 영국의 국민투표 등 글로벌 대형 이슈들이 다음달 차례로 이어진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인상 공포 때문에 이달 들어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순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1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

◆‘박스권’을 겨냥한 투자만 성행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은 ‘박스권 장?rsquo;를 기정사실화하고 아예 이를 겨냥한 투자에 열중하고 있다. 코스피가 1900대로 내려가면 펀드에 돈을 넣고 2000을 넘으면 환매해 차익을 내는 식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2000선을 넘은 지난달 14~28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7978억원이 순유출됐다. 반대로 코스피가 올해 연 저점(1848)까지 급락한 지난 1월엔 한 주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 1조1265억원이 유입됐다.

일정 범위 안에 주가가 머물 경우 수익이 나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증시를 박스권에 가두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LS가 활성화된 2011년 이후 코스피는 2200선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최만수/고은이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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