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잘못으로 선거에서 1표를 행사하지 못한 시민이 30만원의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확정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사법부가 보는 '1표의 가치'가 얼마인지 유추할 수 있는 판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공무원의 실수로 투표하지 못한 대구시민 김모씨가 낸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30만원 배상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투표일 오후 5시 50분 투표소에서 대구시장이 발급한 '시정 모니터 신분증'을 제시했다.
적법한 신분증이었지만, 투표소 측은 '확인해보겠다'며 시간을 끌었고 그사이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가 지났다.
규정상 마감시간 전에 투표소에 들어온 선거권자는 오후 6시가 지나도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투표소는 김씨를 돌려보냈고 그는 공무원의 잘못으로 선거권이 침해당했다며 3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공무원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30만원 배상을 선고했다.
2심은 "공무원이 오인해 투표를 막은 것으로 보이는 점, 선거관리위원회가 해명과 사과를 했고 이에 원고가 만족한다고 답변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배상액이 적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 따라 법 해석을 따지는 내용이 아닌 상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정한 배상액은 선거권의 가치가 기본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선거를 못 하게 된 경위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지는 만큼 '한 표의 가치'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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