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황혼 '액티브 시니어'…문화콘텐츠 중심에 서다

입력 2016-05-20 17:52
[ 김희경 기자 ] “요즘 누가 꼰대들 얘기를 돈 내고 읽어? 지들 부모 얘기도 관심 없어.”

지난 13일 첫 방송을 내보낸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 나오는 대사다. 37세 작가 박완(고현정 분)은 엄마 장난희(고두심 분)의 “어른들 얘기 모아서 책 한 권 내보라”는 제안에 이같이 퉁명스럽게 답한다. 어디 책뿐이겠는가. 배우 윤여정, 신구 등 어르신들만 잔뜩 나오는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누가 보겠느냐’ 싶을 수 있다. 하지만 5%의 시청률을 기록, 역대 tvN 드라마 3위에 올랐다. 어른들만 보는 것도 아니다. 20~30대 시청자들은 이들에게 ‘시니어 어벤저스’란 별명까지 붙여주며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

50~60대를 중심으로 한 노년층의 이야기와 활동이 최근 국내 문화콘텐츠 시장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이들은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회사를 떠났지만 적극적으로 문화와 소비생활을 향유하고 있는 이들이다. 노년을 조용히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기존 ‘실버 세대’에서 더 나아간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문화를 소비하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20~30대의 문화를 재해석,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로도 발전하고 있다. 이 같은 열정적인 모습에 젊은이들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그들의 콘텐츠를 함께 즐기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가 기존 노년층과 다른 것은 무얼까. 액티브 시니어는 6·25전쟁 이후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한다. 이들은 대학 시절 새로운 서구 문화를 경험했다. 남자는 장발을, 여자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고고장과 음악다방을 누볐다. 파격적인 문화를 수용할 줄 알고, 이를 재해석할 수 있는 세대다. 남는 시간과 돈을 자식과 손자에게 쓰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회사를 떠났어도 사회와 작별할 생각은 없다. 시시각각 쏟아지는 뉴스에 귀 기울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열심이다.

액티브 시니어 중에서도 주축이 되는 이들이 있다. 멋쟁이 할머니를 의미하는 ‘어반 그래니(urban granny)’다. 젊은 사람들처럼 외모도 가꾸고, 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 한다. 그들의 우상은 미국의 모델 카르멘 델로피체다. 올해로 85세가 된 델로피체는 당당하게 런웨이에 오르고 잡지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방영되고 있는 JTBC의 ‘힙합의 민족’에 나오는 김영옥, 문희경 등 ‘할미넴’들도 어반 그래니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할미넴은 ‘할머니’와 힙합그룹 ‘에미넴’을 결합한 말로, 랩을 하는 할머니들을 지칭한다. 젊은이들의 문화인 줄만 알았던 힙합이 동네 할머니처럼 여겨졌던 그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트렌드엔 어두운 면도 있다. 고령화가 우리보다 먼저 진행된 일본을 살펴보자. 일본에선 최근 ‘하류노인’이란 용어가 등장하는 등 소득 격차에 따른 노년층의 문화적 간극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의 문화 활동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액티브 시니어 트렌드가 더욱 빛을 발하려면 소득 격차에 따른 노년층의 문화적 간극을 줄여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노희경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황혼의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다. 당장 오늘 또는 내일 목숨이 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액티브 시니어의 마음도 이와 같으리라.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고, 쑤신 무릎을 부여잡고서라도 더 치열하게 인생을 즐길 수만 있다면…. 그렇게 문화의 중심에 선 그들의 열정이 튼튼한 문화적 토양 속에서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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