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운명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채권단까지 나서 진행한 주요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담판'을 소득 없이 끝난데다 나머지 선주들과 진행하려 했던 협상도 기약하지 못하게 됐다.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로 여겨지던 용선료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정부가 정한 마감시한이 가까워오고 있어 시장에서는 법정관리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여전히 용선료 협상에 실패한다면 법정관리로 간다는 원칙이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이날 벌크선사 위주의 선주들과 진행할 예정이던 화상회의 형식의 컨퍼런스콜을 취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18일 주요 컨테이너선사 4곳과 만나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19일에는 이들을 제외한 벌크선사 위주의 나머지 선사들과 컨퍼런스콜을 통해 추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현대상선의 해외 용선주는 총 22곳으로, 5개 선사가 빌려주는 컨테이너선이 현대상선 전체 매출액 가운데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18일 협상이 전체 협상의 열쇠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전날 4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협상'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고 헤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19일 컨퍼런스콜은 전날 협상이 잘 이뤄져야 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협상이 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컨퍼런스콜도 취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당장 이번 주 중에 용선료 협상과 관련한 다음 일정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데드라인이 임박한 상황에서 막바지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의 첫 고비를 넘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이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회사의 자구노력과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 해외 선주들의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의 채무재조정 등이 동시에 이뤄져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해야 성공할 수 있는 구조다.
채권단은 지난 17일 약 7천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안건을 협의회 안건으로 올리고, 이달 말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동참을 요구하기로 하는 등 해외 선주들도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18일 주요 선사들과의 회의에서도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장인 정용석 부행장이 참석해 채권단의 지원 의지를 직접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선주사에 향후 남은 계약 기간의 용선료를 평균 28.4% 깎는 대신 인하분의 절반가량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정상화 이후 발생하는 이익을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용선료 인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채권단의 입장도 전달했다.
그러나 중대 고비로 꼽히던 18일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나면서 전체 용선료 협상은 물론이고 구조조정 자체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산업은행은 협상을 마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선주사 欲?용선료 협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추가적인 논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정한 용선료 협상의 마감시한은 이달 중순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협상이 우호적으로 흐를 경우 얼마간의 시일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었지만,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 빈손으로 데드라인을 맞을 가능성도 커졌다.
이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대상선의 상황에 대해 "아직 진행 중이고 법정관리로 갈지는 봐야 한다"면서도 협상이 무산되면 법정관리로 간다는 애초 방침에 대해서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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