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의존한 성장, 금융위기 초래"
당 기관지서 '리커노믹스' 비판
"현 경제, 일부 개선되고 있다"
총리실 홈페이지, 반격 나서
정책 주도권 놓고 권력암투설도
[ 이정선/베이징=김동윤 기자 ]
경제정책을 둘러싼 중국 지도부 내 이상기류가 심상치 않다. 권력서열 1,2위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 1분기 중국 경제상황을 전혀 다른 목소리로 진단하고 있다.
포문은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는 시 주석이 열었다. 그는 지난 12일 “중국 경제가 좋은 출발을 했다고 볼 수 없다. 모순이 더 심해졌다”는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리 총리는 “중국 경제는 어떤 면에서 안정됐으며, 개선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경제정책을 매개로 시 주석과 리 총리가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인민일보-총리실 공방전
리 총리 관할의 중국 국무원(총리실)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중국정부망에는 16일 중국 경제의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의 글 세 건이 게재됐다. 요지는 중국 경제는 올 들어 일정 부분 개선되고 있으며, 대체로 안정됐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은 얼핏 보면 평범한 이 글은 사실상 “리 총리가 시 주석에게 반격을 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이 리 총리의 경제정책 운용능력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견해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9일자 인민일보에 실린 ‘권위 있는 인사’와의 인터뷰 기사가 대표적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당시 기사에서 “미약한 수요와 공급과잉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어서 중국 경제의 급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중국 경제는 앞으로 수년간 L자형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부채 확대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공중에서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며 “과도한 부채는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권위있는 인사’가 시 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허 공산당 중앙 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기사가 지난 1분기 급속한 부채 확대를 통해 경기 부양을 도모한 리 총리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총리실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로 중국 경제의 현 상황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쳤다. 보쉰은 시 주석과 리 총리 간 권력암투가 본격화하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리커창 총리 암살시도설까지 나돌아
시 주석과 리 총리 간 갈등설이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 주석은 1월 강연에서 리 총리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잇따라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이 리 총리의 경제운용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며 “본인이 (경제정책 결정) 과정의 전면에 나서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3월 시 주석의 방미 기간 열린 국무원 염정(廉政:깨끗하고 맑은 정치) 회의에서 “당 영도간부는 청렴한 가풍을 진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 주석의 매형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세워 자금을 도피시킨 사건에 연루된 것을 겨냥한 고도의 흑색전술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어 리 총리가 지난달 쓰촨 지진현장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 위기를 모면하자 암살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까지 나왔다.
두 사람 간 갈등은 시 주석이 주도하는 태자당과 리 총리가 이끄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이 내년에 열리는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벌이는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중화권 언론들은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리 총리를 권력서열 3위인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상무위원장으로 밀어내고 자신의 측근을 총리에 기용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이정선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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