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윤상 기자 ]
인터넷에 남긴 글로 연애·취직 등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이 다음달 중순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반쪽짜리 지침’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법적 논쟁의 여지도 수두룩하다.
방통위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직접 삭제가 불가능한 게시물에 대해 게시판 관리자에게 접근배제 요청 가능 △검색서비스 사업자에게 검색목록 배제 요청 가능 △사망자가 생전에 남긴 글에 대한 유족 등의 접근배제 요청 가능 등이다.
하지만 2012년 유럽연합(EU)에서 논의된 잊혀질 권리와는 대상부터 다르다. EU는 자기 게시물뿐 아니라 제3자가 작성한 게시글에 대해서도 수정·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방통위는 잊혀질 권리 대상을 자기게시물로 한정했다. 국내 포털이나 언론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잊혀질 권리 논의 초기부터 참여한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기게시물에만 한정된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있으나 마나”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잊혀질 권리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현행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논쟁에 대비하고 있 ? 법무법인 화우는 관련 전담팀을 꾸렸다. 이근우 화우 방송·정보·통신팀 변호사는 “국내 법은 국제적으로 요구하는 잊혀질 권리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며 “제3자 게시물에 대한 법적 분쟁의 소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게시글을 쓴 사람과 접근 배제를 요청한 사람이 동일인인지 확인하는 과정부터 분쟁의 소지가 있다. 만일 제3자가 게시자인 것처럼 속이고 삭제를 요청하더라도 관리자가 이를 모두 검증하기 어렵다. 또 유족이 게시글 접근 배제를 요청할 때 그것이 사망자의 의사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한계도 있다. 사업자들이 해당 글의 공익성 여부를 직접 판단하도록 한 가이드라인의 내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윤희 세종 정보보호팀 변호사는 “게시판 관리자가 직접 게시글의 공익성을 판단하는 것은 판단 기준이 없다는 얘기”라며 “권리의식이 강한 국내 분위기상 앞으로 잊혀질 권리와 관련한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서비스업체 관리자는 통신 내용 자체에 대한 실질적 판단 의무가 없다고 판결한 대법원의 판단과도 맞지 않는다.
방통위에서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 때문에 방통위 눈치를 봐야 하는 국내 업체와 달리 구글 같은 해외 업체는 가이드라인을 따를 의무가 없어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이근우 변호사는 “구글이 국내 포털에 비해 더 많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면 이용자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노형 교수는 “방통위가 시행착오를 거쳐 좀 더 세밀한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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