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운명 이 사람 손에 달렸다

입력 2016-05-17 17:48
궁금증 커지는 해외 선주사

다나오스CEO 쿠스타스,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좌우
선주 회사들도 경영환경 악화…용선료 인하 협상 쉽지 않을 듯
한진해운 선주 절반 이상이 펀드…출자자 동의받는 데 '난관'


[ 김일규 / 안대규 기자 ] ‘오나시스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그리스의 선박왕.’ 해운업계에선 18일 현대상선과 마지막 용선료(선박 임차비용) 인하 협상을 벌이는 그리스 최대 선주회사 다나오스의 존 쿠스타스 최고경영자(CEO)를 이렇게 부른다. 다나오스 등 해외 선주사들이 용선료를 깎아주지 않으면 현대상선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피하기 어렵다.

현대상선의 명운이 걸린 용선료 협상을 계기로 글로벌 선주사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에만 매출(5조7685억원)의 32%에 달하는 1조8793억원을 해외 선주사 22곳에 용선료로 지급했다. 현대상선의 용선료는 현재 시세보다 30~40%가량 높은 수준이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가운데 70% 정도는 다나오스, 나비오스, 캐피털십매니지먼트 등 그리스 세 곳과 영국 조디악,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 등 모두 다섯 곳의 컨테이너선주사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현대상선이 가장 많은 돈을 지급한 선주怜?다나오스다. 다나오스가 현대상선에 1만3082TEU(1TEU는 약 6m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5척을 포함해 모두 13척을 빌려준 최대 선주이기 때문이다. 다나오스도 전체 대선(貸船) 수입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현대상선에서 받고 있다. 비중이 28%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나오스는 1972년 드미트리 쿠스타스가 그리스에서 선박 한 척으로 창업한 회사다. 점차 몸집을 불리다가 드미트리 쿠스타스의 아들인 존 쿠스타스 CEO가 1987년 경영을 물려받은 뒤 그리스 최대, 세계 5위권 컨테이너선 선주사로 발돋움했다. 2200TEU급부터 1만3100TEU급까지 59척의 컨테이너선을 가지고 있다. 2006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다나오스의 시가총액은 3억5349만달러(약 4100억원) 수준이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2억4437만달러(약 2800억원)다. 다나오스는 현대상선 외에 한진해운과 프랑스 CMA-CGM, 스위스 MSC, 대만 양밍 등 세계 주요 해운사에도 배를 빌려주고 있다.

다나오스 다음으로 현대상선에 많은 선박을 빌려준 조디악은 TEU 기준으로 세계 4위권 선주사다. 국내에선 ‘해운업계의 론스타’로 알려져 있다. 옛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높은 차익을 거둔 미국 사모펀드(PEF) 론스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조디악의 사업은 해운업이라기보다 선박을 활용한 자산관리업”이라고 말했다. 이스턴퍼시픽도 조디악 출신들이 세운 회사다.

선주사들은 자체 자금 또는 외부 조달을 통해 건조비용이 쌀 때 선박을 대량으로 발주한 뒤 용선료가 비쌀 때 이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선주사들도 최근 용선료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나오스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현재의 낮은 용선료 환경이 지속되거나 용선료가 더 떨어질 경우 수익이 나지 않는 수준에서 용선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며 “아예 용선계약을 맺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힘든 이유 중 하나다.

펀드 형태 선주사도 많다. 용선료 인하 협상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선주사의 절반 이상이 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는 용선료 인하에 대해 여러 출자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일규/안대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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