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 골프장만 빼곡하던 농촌도시 여주, 규제 풀자 2300억 투자유치

입력 2016-05-16 18:52
쌀과 도자기의 도시 여주 <상>

'규제개혁 평가 2년 연속 전국 1위 도시' 여주

"기업유치 가로막는 규제 없애자"
원경희 시장, 규제지도 작성나서
기업 허가절차 원스톱 처리


[ 강경민/고윤상 기자 ]
금속 패널 제조업체 차본(주)은 2014년 초 본사가 있는 경기 여주에 생산공장을 신설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여주시에 공장 신설승인 신청을 내기 전 상담받은 건축사들로부터 비관적인 얘기를 들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받아 여주시에서는 건축면적이 1000㎡를 초과하는 공장은 지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1000㎡는 초등학교 운동장 면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공장 신설 계획을 포기하려던 순간 차본은 여주시의 유연한 법규 적용 덕분에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남한강을 끼고 있는 여주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함께 수질오염총량 규제를 받는다. 수질 목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오염물질의 배출 총량을 정해 관리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르면 폐수 등 오염물질을 내놓지 않는 공장은 건축면적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패널을 생산하는 차본에서는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는다. 여주시는 차본 측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적용하는 대신 수질오염총량제를 적용했다. 면적에 구애받지 않고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차본이 2014년 7월 공장 신설 승인 신청을 내자 여주시는 2개월 만에 허가했다.

여주시의 이 같은 행보는 감사나 민원을 의식해 법적인 하자가 없는데도 인허가에 소극적인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와 대비된다. 여주시가 2014~2015년 2년 연속 정부의 규제개혁 종합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여주시 공무원들이 규제 개혁에 적극 나선 것은 원경희 시장(사진)이 취임한 2014년 7월부터다. 이전까지 여주시는 변변한 공장이 거의 없는 ‘골프장 천국’이었다. 여주시 내 골프장은 23개로 전국에서 경기 용인시(2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여주시 골프장 면적은 여의도(2.9㎢)의 8배 규모다. 규제가 많다 보니 공장보다는 골프장만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것이다.

세무법인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원 시장은 “취임 초기에 각종 법규를 내세워 해 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공무원들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원 시장이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은 ‘여주시 규제지도’ 작성이었다. 기업 유치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일목요연하게 책으로 정리했다.

?시장은 공무원들에게 ‘기업의 규제개혁 요구는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여주에 공장 신설을 희망하는 기업의 신청이 들어오면 다른 현안을 제쳐두고 시장 주재로 관련 부서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열었다. 기업 관계자들이 일일이 시청 각 부서를 찾아다니며 허가 절차를 밟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원스톱 처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감사와 특혜 시비 등을 걱정하던 공무원들도 점차 원 시장과 뜻을 같이했다.

원 시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규제개혁을 통해 여주시가 허가한 공장 설립 건수는 61건에 이른다. 투자 금액으로는 2290억원에 달한다. 원 시장 취임 직전 2년간(1410억원)에 비해 62.4% 증가했다. 869개의 지역 일자리도 새로 창출했다. 인구 11만명에 불과한 여주시에선 적지 않은 고용 창출이다.

여주=강경민/고윤상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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