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렉시콘 만나 '달리는 콘서트홀' 구현…세계 최초 '무대 모드' 돋보여
[ 김정훈/강종구 인턴 기자] 미국 록밴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라이브 곡)가 흘러나오는 제네시스 EQ900 차량의 뒷좌석. 청음을 진행한 하만인터내셔널코리아 관계자가 음향 조절 버튼을 일반모드에서 '무대 모드(On Stage)'로 설정하자 소리의 중심이 차량 뒤쪽으로 옮겨졌다. 순간 차안에서 울리는 사운드가 마치 공연장에 온 것 같은 효과를 낸다.
무대 모드는 탑승자에게 무대에 직접 올라가서 듣는 듯한 공간감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디지털 신호 처리를 통해 분리한 소리들을 차량 내 17개 스피커로 분산해 공간감을 조정하는 '퀀텀 로직 서라운드(QuantumLogic Surround)' 기능이 달리는 차안의 콘서트홀을 구현하게 만든 비결이다.
고재균 하만인터내셔널코리아 세일즈·마케팅 부장은 "무대모드는 오디오 브랜드 중 렉시콘이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국내 시판 차량 중에선 EQ900에 유일하게 장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 좋은 음향 비결은 'QLS' 및 'Clari-fi'
지난 13일 서울 강남역 인근 현대자동차 강남오토스퀘어점에서 제네시스 EQ900의 음향을 직접 체험했다. EQ900은 롤스로이스 팬텀에도 적용된 바 있는 차량용 음향기기 전문회사 하만의 고급형 오디오인 렉시콘(Lexicon) 사운드로 무장했다.
현장에서 감상한 이글스의 라이브 음원은 320kbps로 압축된 mp3 파일이었지만 기타 리프를 포함한 다양한 악기들이 살아있었다. CD가 아닌 스트리밍 파일로 음악을 들었어도 소리가 깨끗했던 것은 디지털 음원의 손실된 부분을 복구해 들려주는 클래리파이(Clari-fi) 기술 덕분이다.
좋은 음향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차량이라도 압축으로 인한 손실이 큰 음원을 재생할수록 소리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EQ900엔 디지털 음원 압축 과정에서 손실된 악기 소리 등을 복원해 들려주는 클래리파이 기능이 적용돼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 부장은 "한국 자동차 시장은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울 정도로 성숙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용 사운드 브랜드가 자리잡지 않은 흥미로운 곳"이라면서 "EQ900 등을 비롯해 이제 국산차에서도 하만그룹의 오디오를 통해 최고급 음향 시스템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유명 음악가들도 선호하는 '렉시콘'
1971년 탄생한 렉시콘은 하만카돈, B&W, 뱅앤올웁슨, 마크 레빈슨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하만인터내셔널그룹의 계열 브랜드다. 지난해 기준 하만의 세계 카오디오 시장 점유율은 약 35%에 달하며 2위 보스(22.4%)를 크게 앞서고 있다.
렉시콘의 국내 인지도는 보스보다 낮지만 마룬5, 비욘세, 본 조비 등 많은 팝 음악가들도 스튜디오 녹음장비로 쓸만큼 해외에선 이미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고재균 부장은 "닥터 드레(힙합 뮤지션)는 비츠 홍보대사로 활동하지만 자신의 녹음 스튜디오에선 렉시콘 장비로 음악을 만든다"며 "유명 뮤지션들과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차량에 수입산 고급차와 경쟁해도 손색 없는 최고급 오디오를 장착해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나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적인 오디오그룹 하만과 협업을 통해 고객의 가치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동시에 갖추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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