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M&A 유전자' 확 바꾸는 LG화학

입력 2016-05-13 18:21
M&A에 보수적인 LG
미국 제니스 인수 실패 후 몸 사리며 소극적 행보

박진수 부회장의 자신감
2003년 인수한 현대석화 통합 주도…나노H2O·팜한농 잇따라 품어

가격 깎고 속전속결 통합작업 "승부사 본색…LG가 달라졌다"


[ 송종현 기자 ] LG그룹은 기업 인수합병(M&A)에 매우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LG전자가 1995년 야심차게 단행한 미국 가전업체 제니스 인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룹 전반에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던 LG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M&A를 그룹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계열사는 LG화학이다.

○거침없는 M&A 행보

LG화학은 2014년 미국의 수처리 업체인 나노H2O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팜한농 인수를 마무리했다. 인수 비용은 나노H2O가 2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100억원), 팜한농이 4245억원이었다.

두 건 모두 최고경영자(CEO)인 박진수 부회장이 인수를 결정했다. 1947년 창립한 LG화학 역사에서 한 명의 CEO가 두 건 이상의 M&A를 성사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화학은 노기호 사장 시절인 2003년 약 8000억원을 涌?현대석유화학 일부(현재 LG화학 충남 대산공장 1단지)를 인수했고, 김반석 부회장 시절인 2008년엔 약 900억원을 투입해 코오롱의 고흡수성수지(SAP) 사업을 양수했다.

LG화학은 또 다른 M&A도 예고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팜한농 인수 이후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인 그린 바이오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 M&A도 불사할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했다.


○능수능란한 협상·인수 후 통합

LG화학의 팜한농 인수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용이주도한 협상방식이다. 동부그룹 등 옛 팜한농 주주들과 지난 1월 5152억원에 팜한농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달 15일 인수를 마칠 때까지 추가 협상을 통해 인수가격을 4245억원으로 낮췄다.

LG화학은 이 과정에서 팜한농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지난해 잠재적 투자자에 밝힌 팜한농의 2015년 예상 영업이익(720억원 이상)이 실제 영업이익(220억원)과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4월 초엔 옛 팜한농 주주들에게 거래 중단을 통보하는 강수를 뒀던 것으로 알려졌 다.

두 번째는 빠른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이다. LG화학은 팜한농이 지난달 19일 공식 출범식을 마치자마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발표했다.

LG화학과 팜한농 대표이사를 겸직한 박 부회장은 이달 3일 경기 안성시에 있는 팜한농 종자가공센터와 육종연구소, 안산시에 있는 반월 정밀화학공장 등 세 곳의 사업장을 방문하는 현장경영에 나섰다. 현재 서울 대치동에 있는 본사도 모회사인 LG화학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이달 중 LG화학 본사(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주변인 전국경제인연합회관으로 옮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SPA 체결 후 한쪽으로 가격협상을 하면서 내부적으론 PMI 전략을 수립했다”며 “팜한농이 공식 출범한 뒤 미리 세워둔 전략을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석유화학의 경험

LG화학이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이는 데는 박 부회장의 경험이 반영됐다. 박 부회장은 LG 역사상 가장 성공적 M&A로 평가받는 2003년 현대석유화학 인수 후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PMI를 이끌었다. 외환위기 이후 심각한 경영난을 겪은 현대석유화학은 LG화학으로 넘어간 뒤 이 회사의 핵심 사업장으로 부활했다.

LG화학이 기존 석유화학 사업과 성격이 다른 배터리 사업에 뚝심있게 투자해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운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LG 관계자는 “구본무 LG 회장의 지시로 1991년 시작한 배터리 사업은 2005년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볼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성공했다”며 “M&A로 새롭게 진출한 수처리, 그린 바이오 사업 등도 꾸준히 투자하면 결실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LG 계열사 중 차석용 부회장의 LG생활건강이 2000년대 중반 이후 15차례 M&A를 통해 ‘덩치’를 키운 사례가 있지만, 미국에서 경영학 등을 전공한 뒤 글로벌 프록터앤드갬블(P&G)에서 오래 근무한 차 부회장의 개인 이력으로 인해 LG 내부에서도 예외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그러나 그룹 모태인 LG화학이 움직이는 건 무게감도 다르고, 그룹 전반에 영향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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