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동맹서 배제된 현대상선] 현대상선 '운명의 2주일'…용선료 인하에 생사 달렸다

입력 2016-05-13 18:04
법정관리냐, 기사회생이냐 갈림길

현대상선 법정관리 가능성에 제3동맹 '탈락'
한진해운은 조양호 회장 진두지휘로 '승선'


[ 안대규 / 김일규 / 오형주 기자 ] 현대상선이 제3의 글로벌 해운동맹(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서 일단 제외되면서 기로에 서게 됐다.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외국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이 원활히 마무리되고 채무조정까지 이뤄진다면 제3동맹에 포함되고 자율협약(채권단 관리)을 통한 회생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용선료 협상이나 채무조정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제3동맹에서도 최종 제외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한진해운은 제3동맹 체제에 포함됨으로써 한숨 돌리게 됐다.

○현대상선 왜 빠졌나

현대상선 측은 그동안 채권단과 자율협약 체결에 주력하느라 제3동맹 논의 당시 참여하지 않았다 고 설명했다. 실제 제3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구축 논의는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현대상선으론 논의 초기에 적극적으로 끼기 힘들었다.

현대상선은 막판 해양수산부로부터 정부의 조건?지원 계획 등이 담긴 공문을 받아 제3동맹에 제출했다. 하지만 외국 해운사들은 불확실한 현대상선과 동맹 맺기를 꺼린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과 현대상선은 해운동맹 재편이 오는 10월께 최종 마무리될 것이기에 아직 시간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사이 용선료 인하 협상, 채무조정 등이 원만히 진행되면 제3동맹에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경우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이후 참여 여부를 확정짓겠다는 것이 제3동맹 소속 해운사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진행 중인 용선료 협상과 채무조정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이 이달 말께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1565%에 달했던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200% 수준으로 대폭 개선되면 새 얼라이언스 편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게 산업은행의 방침이다.

일각에선 현대상선이 이번 제3동맹 논의에서 배제된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배제되는 것은 곧 법정관리를 의미한다”며 “현대상선이 벼랑 끝 상황인 것을 감안해 용선료 협상을 벌이는 외국 선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이 현장 지휘

한진해운이 ‘디 얼라이언스’ 참여를 확정짓는 데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 홍콩에서 열린 해운사 관련 국제 행사 ‘박스클럽’에 참여해 주요 해운사 오너와 얼라이언스 消봇【?한진해운을 참여시켜달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해운업계 관계자는 “하팍로이드 K라인 양밍 등 역사가 깊은 해외 선사들은 당시 조 회장이 한국의 대표적 ‘물류 가문’ 출신인 데다 대한항공을 통해 오랜 기간 물류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성과를 보고 신뢰를 보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디 얼라이언스 참여로 글로벌 해운경기 침체에 대응할 방법을 마련했다”며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디 얼라이언스는 6개사가 선복량 규모로 약 350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인 총 620척 이상의 선박을 공동 운항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시장에서 ‘양강’ 동맹인 2M(시장점유율 27.7%), 오션(26.1%) 등에 버금가는 19.5%(UASC 합병 시)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경쟁력을 갖춘 아시아~미국, 아시아~유럽 등 동서항로에서는 27.1%로 시장점유율이 더 높아진다. 한진해운이 속한 기존 ‘CKYHE’ 동맹의 시장점유율은 21.2%였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재무적 상황에 대한 개선, 기존 화주와의 신뢰 유지 및 서비스 안정화를 통해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안대규/김일규/오형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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