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째깍째깍 ②] 떨고 있는 공급과잉업종…"철강 1순위"

입력 2016-05-13 10:56
[ 김근희 기자 ] '골든타임'.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의 금쪽 같은 시간(1~2시간)을 말한다. 재난 현장이나 병원 수술실이 아닌 한국의 주력 굴뚝산업에서 골든타임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유가 속에 조선·해운은 물론 철강·석유화학 등이 잇따라 벼랑 끝에 몰리면서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산업발(發) 구조조정 광풍은 자본시장에도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한경닷컴]은 자본시장 최전선에 서 있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함께 총 3회에 걸쳐 구조조정이 증시에 미칠 여파를 짚어보고, 굴뚝산업을 대체할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곳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 구조조정 관련 설문조사: 총 20개 증권사(미래에셋, 현대, NH, 한화, 대신, 삼성, 유안타, SK, 교보, 하이, 메리츠, 하나, KTB, 신영, 이베스트, HMC, 신한, 유진, IBK, 한국) 대상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칼끝이 다음엔 어디를 향할지 주목된다.

한경닷컴이 국내 주요 증권사 2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로 공급과잉업종이 차기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됐다.

그 중 다음 구조조정 대상으로 가장 많이 꼽힌 업종은 철강이었다. 11곳(중복 대답 가능)의 증권사는 철강의 업황이 조선과 해운 다음으로 심각하다고 봤다.

미래에셋증권은 "중국이 철강업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세계적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공급과잉 문제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철강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은 만큼 철강업의 추가적인 업황 악화는 한국 경제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강은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경기 불황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습으로 인해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은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해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47년 만에 첫 岵美?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포스코의 당기순손실은 961억81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이 2조41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5.0% 감소했고, 매출은 58조1923억원으로 10.6% 줄었다.

최근 중국 철강재 가격도 다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지난주(4월30일~5월6일) 중국 철광석 현물가격은 전주보다 12% 하락한 t당 58.2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주간기준 최대 하락폭이다.

정부 역시 철강 업종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철강, 석유화학을 공급과잉업종으로 분류하고 외부 컨설팅으로 경쟁력을 진단, 설비감축을 유도하기로 했다.

다만 철강의 경우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미 진행된 만큼 당장 구조조정이 시작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동국제강을 제외한 국내의 철강업체들은 재무제표가 양호해 당장 구조조정이 필요치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건설 역시 구조조정 대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뽑혔다. 10곳의 증권사는 건설을 차기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건설업의 경우 해외플랜트 부실 프로젝트가 아직 남아있고,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 건설사와의 입찰경쟁에서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유가 상황의 지속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가뭄은 지난 5년 내 최저수준에 달하고 있다. 지난 1분기(3월7일 기준) 전체 해외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46% 수준에 그쳤다. 중동 수주의 경우, 전년동기 수주금액의 3.3% 수준을 기록했다.

공급 과잉업종인 석유화학(7곳) 역시 구조조정 위험이 있는 업종으로 꼽혔으나, 실제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는 판단이다.

IBK투자증권은 "화학업종의 경우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최대 실적을 내고 있어 구조조정은 시기 상조"라며 "앞으로 유가 상승 시에는 원가 경쟁력이 다시 낮아질 수 있지만 해외 공장 투자로 인해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계(5곳)와 전자·IT(4곳)의 업황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중국과 경쟁력 비교에서 문제되는 업종 모두가 구조조정 대상 업종에 포함된다"며 "글로벌 전반적인 업황이 돌아서지 않으면 건설 철강 기계 같은 전통산업이 차기 구조조정 산업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이 거의 따라잡고 있는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IT업종 경우도 품목별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이외에도 부동산 금속가공업 금융권 항공 등을 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지목했다.

반면 앞으로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NH투자증권은 "1~2년내 추가 구조조정 대상 업종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 해운에 이어 취약 업종이라고 분류되는 화학, 건설, 철강 업종은 최근 수년 간 인원감축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화학은 마진 개선, 철강은 중국 발 가격 강세 등으로 인한 실적 회복, 건설은 해외 부실 마무리 국면에 국내 부동산 회복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실적 개선세를 시현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리먼 사태와 같은 글로벌 충격이 없는 한 단기간 내에 추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은 업종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삼성증권은 "구조조정 대상 업종 중 특히 조선 건설 등의 수주산업은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라며 "국제 유가의 추세적인 상승 없이는 신규 수주나 실적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증권사는 "유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회사별로 특화된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한다"며 "이러한 차별화 전략 없이는 결국 원자재 사이클에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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