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우 기자의 필드 고수 X파일 (2) 도전의 신 강종철 프로
48세 골프입문→56세 프로 골퍼→68세 박사 과정
사업가서 늦깎이 골퍼로
손에 진물이 날 때까지…하루 20시간씩 맹연습, 6개월 만에 싱글 골퍼
땅파기로 임팩트 터득
손과 팔에 힘 들어가면 헤드 스피드 제동 걸려
[ 이관우 기자 ] ‘불광불급(不狂不及).’ 이보다 그를 더 잘 표현할 말이 있을까.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말 그대로 그는 골프에 미쳤다. 모든 걸 걸었고 꿈을 이뤘다. 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중소기업 대표에서 프로골퍼로 삶을 통째로 바꾼 늦깎이 골퍼 강종철 프로(68) 얘기다.
◆골프로 ‘제2의 인생’
48세에 처음 골프채를 잡은 그는 10년 만인 57세에 프로시험에 합격했다. 환갑을 눈앞에 둔 60세에 대학 골프학과 신입생이 됐다. 지금은 골프스윙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골프가 아니었으면 그의 삶에서 모두 ‘상상’에 지나지 않았을 눈부신 성취다.
“물개가 머리로 공을 다뤄 농구 골대에 집어넣는 거 보셨죠? 동물도 되는데 초감각과 지능을 갖춘 사람이 못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겁니다.”
지난 10일 경기 용인시의 용인대 무도대학 생체역학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안 된다는 생각 자체가 가장 큰 장애물이더라”고 했다. 그 자신이 그런 부류였다. 스무 살도 안 돼 전남 나주에서 홀로 상경해 택지 조성이나 건축 시공, 골재 생산 등 토목건축업에 손을 댔다. 매출이 한때 200억원까지 올랐다. 거래처 사람들과 술 마시고 의리를 지키면 사업거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허전했다. 마흔여덟, 골프채를 잡기 전까진 그랬다.
“묘했어요. 공이 시원하게 날아갈 때마다 울분 같은 게 다 사라지는 듯한 쾌감을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자는 시간 빼놓고 하루 20시간 골프에 빠졌다. 그는 “손에서 진물이 날 때까지 휘둘렀다”고 했다.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모든 골프 레슨을 빠짐없이 스크랩하고 녹화했다. 방송을 못 보면 지인에게 녹화를 부탁해서라도 꼭 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모은 비디오테이프가 5000개를 넘는다. 입문 6개월 만에 싱글에 진입하더니 15개월 만에 이븐파를 쳤다. 얼마 안 가 5언더파를 찍었다.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게 처음이었을 겁니다. 인생철학이 바뀌기 시작한 거죠.”
◆‘안 되는 건 없다’…공부에도 도전
프로시험에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 삶에 처음 목표가 생긴 그날 곧바로 충북 충주시의 임페리얼레이크CC 회원권을 사 현장으로 내려갔다. 1년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전지훈련을 했다. 핸디캡 5를 놓는 고수였지만 자신을 ‘삼촌’이라고 부르는 20대 초반 프로지망생들과의 비거리 차이가 30m나 됐다. ‘풀백티’에서 치는 프로시험에서 예상 커트라인인 이븐파를 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에 싣고 간 양주를 까서 다 버렸어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매일 새벽에 일어나 2시간씩 산악 달리기를 했다. 하체를 단련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각성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주목표였다. 오전 6~10시 사이에 대회가 열릴 것을 감안해 저녁 9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수면훈련까지 했다. 시험이 열릴 즈음에 생체 컨디션이 최적화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지금도 “샷하기 전 루틴보다 경기 하루 전의 루틴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매일 1시간30분 정도 아이언으로 땅파기 연습도 지독하게 했다. 그는 “지금의 임팩트 이론 대부분이 이때 땅파기에서 터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클럽 헤드는 중력과 회전속도로 저절로 일을 하는데, 손과 팔에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헤드 스피드가 떨어지는 브레이크 현상이 나타난다는 걸 알게 됐다. 임팩트가 정확해지자 비거리는 저절로 해결됐다. 결과는 합격. 700명의 응시자 중 20명을 뽑았으니 35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최고령 합격자가 됐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게 있었다. 프로 응시 원서에 고졸이라고 적은 자기소개서 때문. ‘양심을 속이지 말자’는 결심이 서자 두 번째 목표가 생겼다. 그 길로 고등학교에 편입해 졸업장을 손에 쥐었고, 수능시험까지 봤다. 내친김에 용인대 골프학과에 진학했다.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위해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수학·영어·컴퓨터·물리 학원에 다녔다. 방정식부터 다시 배웠다.
◆“연구지식·노하우 나누고파”
그는 지금 임팩트에 천착해 있다. 임팩트 때 신체 각 부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프로골퍼의 스윙을 1만분의 1초 단위로 분석해 스윙의 비밀을 밝혀내는 일이다. 박사 논문 주제도 임팩트 메커니즘으로 정했다.
“임팩트 때 머리가 목표한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체중도 임팩트 순간에는 오른발에 더 많이 실려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오른쪽 팔꿈치도 엄청난 속도로 펼쳐졌다. 효율적인 비거리를 내려면 오른팔(펼치기)과 오른발(박차기)의 역할이 크다는 결론이 나오는 대목이다. 왼발(목표 반대 방향)과 오른발(목표 방향)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힘을 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한쪽이 밀면 다른 한쪽은 반대로 버텨내야 에너지가 집중되고 폭발적인 임팩트가 나온다는 얘기다.
“스윙은 쉽게 말해 물수제비 뜨는 동작을 압축한 겁니다. 몸통이 오른쪽으로 3㎝가량 왔다가 왼쪽으로 7㎝ 정도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힘으로 하는 거죠. 이 동작이 거의 제자리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보여야 스웨이가 안 됩니다.”
그의 마지막 꿈은 세계적인 스포츠골프과학자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노하우를 여러 사람과 나누면서 사는 것이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부모님부터 먼저 뵐 계획이다.
“부모님께선 저를 고등학교 중퇴자로 알고 돌아가셨어요. 늦었지만 학위 논문을 부모님 산소에 제일 먼저 올려드리고 싶습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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