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커지는 김영란법] 성난 농심(農心)…"시장개방보다 충격 큰 김영란법, 농업인 벼랑 끝으로"

입력 2016-05-12 18:02
농협, 법 개정 촉구 긴급 성명

"명절 한우 선물세트 98%가 5만원 이상
수입산이 대체할 것…농·축산물 제외를"


[ 이승우 기자 ]
농협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한국 농업의 현실을 외면하는 법”이라며 농·축산물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

농협중앙회는 12일 긴급 경영위원회를 열고 지난 9일 발표된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 뒤 성명을 발표했다.

농협은 성명서를 통해 “김영란법과 이번에 발표된 시행령안은 농업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당시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대비 농가 소득은 95.7%였지만 2014년에는 60.3%까지 감소하는 등 농업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농업인은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 등 농축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이 법을 통해 한국의 청렴 수준이 높아져 국가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우리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산물마저 부정청탁 금품대상에 포함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인에게 더 큰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오는 9월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받거나 5만원을 넘는 선물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당하거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쪽도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농협은 “한국의 주요 농·축산물 40%가량이 명절 기간에 집중 판매되고 과일은 50% 이상, 인삼은 70% 이상, 한우는 98% 이상이 5만원 이상의 선물세트로 판매되고 있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고유의 명절에 정을 나누는 미풍양속은 사라져 버리고 저렴한 수입 농·축산물 선물세트가 이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2008년 공직자 행동강령 운영지침 개정으로 공무원이 3만원 이상의 화분 등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전체 화훼농가 매출이 1조원에서 7000억원 수준으로 30%가량 감소했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사과·배 농가는 최대 1500억원, 한우산업은 최대 4100억원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업부문의 부가가치가 연간 27조원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시행으로 농업이 위축된다면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농협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시행령안은 농업인의 기대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발표됨으로써 농업인들의 울분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WTO 가입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보다 더 큰 충격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것은 물론 어렵게 쌓아온 농축산업 기반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영란법 금품대상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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