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180일 직무정지
민심 왜 들끓나
복지정책에 지출한다며 국영은행서 20조 불법 대출
테메르 부통령이 권한 대행…친시장 정책 추진 주목
호세프 "탄핵심판은 쿠데타"
[ 이상은/임근호 기자 ]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69)이 결국 탄핵심판을 받는다. 정부회계 부정과 부정부패 연루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브라질 상원은 12일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위원회 의견서를 재적의원(81명) 과반(55명)의 동의를 얻어 채택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는 최장 180일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못한다.
상원은 탄핵심판 기간 중 탄핵 사유가 정당한지 토론하고 심사한다. 연방대법원장이 주관하는 상원 전체회의 표결에서 의원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최종 가결된다. 히카르두 레반도브스키 연방대법원장은 “탄핵심판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 9월 중에는 끝내겠다”고 밝혔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되면 브라질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 사례가 된다. 브라질 최초의 직선 대통령인 페르난두 콜로르 지멜루는 1992년 측근 비리 연루 의혹으로 탄핵됐다.
탄핵심판 기간과 탄핵안 가결 시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직 권한을 대행하며 호세프 대통령의 잔여 임기(2018년 말까지)를 채운다. 호세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탄핵심판 개시를 ‘쿠데타’에 비유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범죄가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상원이 탄핵심판 개시를 결정하고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했다”고 주장했다.
◆포퓰리즘 유지하려 회계부정
호세프 대통령은 2010년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당선됐다. 2014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에 대한 직접적인 탄핵 사유는 정부회계 부정이다.
브라질 의회는 호세프 대통령이 2014년부터 의회 인가 없이 국영은행에서 약 587억헤알(약 20조원)을 대출받아 실업보험, 저가주택 공급 등 자신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연방회계법원(TCU)은 “재정적자를 축소 또는 은폐하기 위한 의도적 불법행위(정부회계법 위반)”라고 판결했다.
호세프 대통령이 그동안 불법으로 빌렸던 대출금을 한 번에 갚느라 브라질 정부의 재정적자는 급증했다. 2014년 국내총생산(GDP)의 6.1%에 불과했지만 2015년 10.4%로 대폭 높아졌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은 57%에서 66%로 급등했다.
◆부정부패 늪에 빠진 정치
경제난 속에 만연한 부정부패도 브라질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집권 노동자당(PT) 관계자들이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 비리에 대 ?연루된 것이 드러났고, 호세프 대통령도 얽혀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2003~2010년 재임)이 비리에 연루되자 호세프 대통령은 그가 기소를 피할 수 있도록 내각 수석장관에 임명했다. 이는 대규모 대통령 퇴진시위에 불을 붙였다.
◆“앙숙 아르헨티나를 배워라”
호세프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채울 테메르 부통령은 좌파성향 노동자당 소속인 호세프와 달리 중도성향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이다. 테메르가 친시장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배경이다. 13년간 PT와 연립정권을 구성했던 PMDB는 지난 3월 연정을 파기해 제1야당으로 돌아섰다.
글로벌시장 일각에서는 브라질이 포퓰리즘적 정책인 페로니즘과 결별하고 친기업·시장 노선으로 갈아타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개혁정책을 배우라는 주문도 내놓고 있다.
이상은/임근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