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중동에서 느낀 한류의 힘

입력 2016-05-12 00:22
이영 < 한국여성벤처협회장 kovwa@kovwa.or.kr >


비(非)이슬람권 여성 국가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이란을 국빈 방문했다. 236개 기업인 500여명으로 구성된 사상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2일 저녁 진행된 ‘한·이란 문화공감’ 행사는 한류 파워가 이란에서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자리였다. 행사장 안은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이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란에 머무르는 내내 이란 사람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젊은 층은 드라마와 K팝의 영향인지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았다.

곧이어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동행 경제사절단으로 이집트로 이동했다. 이집트에도 67개 업체 143명의 역대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이란만큼 무조건적인 한국 사랑을 외치진 않았지만 이집트 사람은 한국 사람을 선진국 국민이란 선망의 눈길로 존중해줬다.

5일 주형환 장관 일행과 자동차로 2시간가량 사막을 달려 도착한 수에즈 경제특구는 한국의 구로 G밸리나 판교 벤처밸리를 지향하고 있었다. “한국의 자금과 기술, 그리고 노하우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그들의 브리핑을 듣는 내내 1970~1980년?산업화 주역이던 선배들의 노력으로 이룩한 지금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다.

짬을 내어 방문한 이란과 이집트의 국립고고학 박물관에서는 두 나라 모두 세계 최강의 문화 선진국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조만간 도래할 고도화된 기계문명 시대에는 역설적으로 정신문명의 싸움이 될 것이다. 미래 패권을 누가 잡을지 궁금하다면 과거로 돌아가 그들이 누구인지 눈여겨보라고 답한다면 비약일까?

글로벌 파워 시프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구본 전체를 돌려볼 수 있는 안목과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벌써부터 나의 지인은 “이란을 방문한 것만으로 미국 비자를 받는 과정이 까다로울 것이고, 입국 때 많은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국익을 위해 갈 곳은 가야 한다. 우방국으로 어려움을 함께한 나라들에 지켜야 할 것은 지켜줘야 할 것이다. 글로벌 시대, 대한민국의 균형 잡힌 외교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영 < 한국여성벤처협회장 kovwa@kovwa.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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